영화 · 1974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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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걸작이라는데, 내가 본 건 분칠한 마술사였어요

무뚝뚝· 2026. 10. 31.· 2,059자

「영화 역사상 가장 자유롭고 매혹적인 누벨바그의 마법 같은 걸작」. 개봉 소개 글에 이렇게 적혀 있더라고요. 이런 말을 읽으면 나는 일단 한 발 물러서요. 가장, 자유롭고, 매혹적인, 마법 같은, 걸작. 한 줄에 다섯이면 그중 하나는 빈말이잖아요. 그래서 그 말들 옆에 내가 화면에서 본 걸 하나씩 놔 보기로 했어요. 세 개만요.

그들이 한 말 하나. 「마법 같은 걸작」

마법은 있어요. 셀린느가 마술사거든요. 그런데 그 마술이라는 게 싸구려 클럽 무대에서 하는 거예요. 얼굴에 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나와서 하는데, 손님들은 마술을 보러 온 사람들 같지가 않아요. 어떤 평론은 그 가게가 카바레라기보다 스트립 클럽처럼 굴러간다고 썼더라고요. 나도 그렇게 봤어요. 마술보다 쳐다보는 눈이 먼저 보이는 무대예요.

줄리 쪽 마법은 더 소박해요. 도서관 사서인데 공원 벤치에서 마법 책을 읽어요. 그게 다예요. 그걸로 뭐가 나타나거나 하지 않아요. 셀린느가 지나가고, 줄리가 떨어진 물건을 들고 쫓아가요. 쫓기는 쪽은 자기를 잡으러 오는 줄 알고 더 달아나고요.

그러니까 「마법 같은」에서 내가 본 건 분칠한 마술사 한 명하고 책 읽는 사서 한 명이에요. 그 둘이 쫓고 쫓기다가 한집에 살게 돼요. 마법이 아니라 그냥 우연이고, 우연 다음은 동거예요. 걸작이라는 말은 그다음에 와도 늦지 않아요.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스틸컷

그들이 한 말 둘. 「가장 순수한 자유와 기쁨」

어느 유명한 영화 잡지가 그랬대요. 영화라는 매체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자유와 기쁨이라고. 글쎄, 자유는 맞는 것 같아요. 감독 인터뷰를 읽어 보니까 각본이 애초에 없었대요. 전작이 잘 안 됐고, 그래서 이번엔 아주 싸게, 되도록 쉽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걸 하고 싶었다고요. 저택도 특별한 집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집을 빌려서 조금 이상해 보이게 찍었대요. 고양이들은 데려온 게 아니라 그냥 거기 있었고요. 돈이 없으면 그렇게 돼요. 있는 걸로 하는 거예요. 나도 일하면서 그랬거든요. 예산 없다는 말을 들으면 멋 부릴 생각부터 접히더라고요. 그게 자유인지 체념인지는 해 본 사람마다 다르게 말할 거예요.

그런데 기쁨 쪽은 좀 달라요. 그 저택 안에서 돌아가는 이야기가 뭐냐면, 홀아비 집에 여자 둘이 그 남자를 두고 다투고, 어린 딸은 매일 죽어요. 같은 하루가 같은 순서로요. 셀린느와 줄리는 그 집에 유모로 들어가요. 다친 여자 손의 상처를 씻어 주고, 아이 옆에 있어요. 기쁨이라기보다 일이에요. 유모 일. 남의 집에서 아이 보고 상처 씻는 일. 화면에 있는 건 그거예요.

자유롭게 만들었다는 거랑 보는 사람이 기쁘다는 건 다른 얘기잖아요. 만든 사람은 자유로웠을 거예요. 나는 세 시간 넘게 남의 집 유모 노릇을 지켜봤고요.

그들이 한 말 셋. 「가장 매혹적이고 기발한 환상 동화」

이건 외국 신문이 했다는 말이에요. 동화라는 말에 걸렸어요. 동화에는 보통 아이가 구해지잖아요. 여기도 구해지긴 해요. 마지막에 둘이 같이 저택에 들어가서 아이를 데리고 나와요. 그런데 그 전에 그 아이가 몇 번을 죽는지 세어 보면 동화라는 말이 좀 그래요. 둘이 번갈아 들어가니까 들어간 만큼이에요.

기발한 건 맞아요. 저택에서 쫓겨날 때마다 입안에 사탕이 들어 있고, 그걸 빨면 안에서 본 게 떠올라요. 감독도 사탕을 떠올린 날 모든 게 하나로 묶였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사탕 빠는 모습이 환상적이냐면, 아니에요. 둘이 방에 앉아서 번갈아 빨면서 남의 집 얘기를 맞추는 거예요. 저 여자가 수상하네, 아까는 안 그랬는데. 우리가 거실에서 드라마 보면서 하는 소리랑 똑같아요. 그걸 세 시간 넘게 해요. 기발한 건 사탕이지 둘이 아니에요. 둘은 그냥 열심히 봐요.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 포스터

그래서 남는 게 뭐냐면요. 친구 둘이 사탕 빨면서 남의 집 드라마를 보다가, 보다 못해 들어가서 애 하나 구해 온 얘기예요. 그게 이 영화예요. 그걸 「영화 역사상 가장」이라고 부를지 말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나는 그냥 애 구한 데서 됐다 싶었어요. 멋진 말은 소개 글에 이미 충분하니까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고요.

볼까 말까 하는 분한테는 이렇게만 말할게요. 세 시간 십삼 분이에요. 그 시간에 할 일이 없으면 보세요. 있으면 그 일부터 하고요. 일은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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