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우주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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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을 떼지 않은 가게
12만 8,850원. 열두 번의 방송과 두 도시의 가게가 장부에 남긴 순이익이다. 총매출 894만 5,600원에서 숙소와 항공료와 알바비를 빼니 그 숫자가 나왔고, 네 사람은 본사에 따져 물어 281만 6,500원으로 올려 받았다. 이 장면에서 보는 사람은 둘로 갈린다. 끝까지 본사가 다 짜 놓은 판이었다고 보는 쪽과, 그래도 가게는 가게였다고 보는 쪽이다. 나는 뒤쪽에 서 있지만, 앞쪽의 말을 먼저 성실하게 적고 싶다.
사정을 조금만 적는다. 앞선 여행 예능에서 방 탈출에 실패한 네 사람이 벌칙으로 전남 고흥에서 떡집을 연다. 사흘 영업을 마친 뒤 본사의 공지로 서울 연희동에 2호점을 열고, 거기에 하루씩 알바생이 온다. 마지막 날에는 본사의 연출자까지 알바생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정산이다.
반론
첫째, 이 가게는 중간에 떡집이기를 그만두었다. 고흥 영업 사흘째가 끝나고 메인 셰프가 첫 휴무를 선언한 아침, 본사의 공지가 온다. 지금 짐을 싸서 고흥을 떠나라는 것이다. 홀을 맡은 이은지 씨와 안유진 씨는 서울행을 반기는데, 주방의 미미 씨와 이영지 씨는 바닥에 드러눕는다. 6회에서 두 사람은 주방 집기 하나하나와 작별 인사를 한다. 서울 매장에서 기다리는 것은 화구 아홉 개와 예약 시스템, 그리고 셰프가 가르쳐 주는 새 메뉴다. 기정떡을 빵 대신 쓴 소고기 떡버거와 새우 떡버거, 남은 기정떡으로 만든 민트 당근 케이크. 메뉴 이름을 짓는 자리에서 이영지 씨가 「떡이 너무 버거워 버거」를 내놓고 이은지 씨가 거기에 리듬과 안무를 붙인다. 웃기는 장면이지만, 이름 자체가 고백이다. 떡은 더 이상 주인공이 아니라 짐이 되었다. 고흥에서 네 사람이 직접 만들어 올린 메뉴들은 서울 메뉴판에서 사라졌다가 마지막 날에야 돌아온다.
둘째, 2호점부터 가게의 주인은 네 사람이 아니라 본사다. 서울에 도착해 처음 한 일은 제작진이 먹을 떡버거 열다섯 세트와 디저트 열 세트를 60분 안에 만드는 「버거 대전」이었다. 배달 버거가 먼저 도착하고, 음식은 13분 늦게 나오고, 디저트에는 삽 모양 숟가락이 빠졌다. 손님이 아니라 본사가 심사하는 영업이다. 이후 매일 유명한 알바생이 온다. 마지막 날 본사는 워크인 손님 매출을 두 배로 쳐 주겠다는 조건을 걸고, 네 사람은 거리로 나가 호객을 한다. 정산 자리에서 숙소비와 렌터카와 항공료를 깎아 주는 것도 본사다. 이렇게 보면 281만 원은 벌어들인 돈이 아니라 받아 낸 돈이다.
셋째, 이 프로그램은 피로를 구경거리로 판다. 서울 매장은 주방과 홀이 다른 층이어서 서빙할 때마다 계단을 오르내린다. 9회에서 메인 셰프에게는 컨디션 경보가 뜨고, 마지막 영업 전날 밤 안유진 씨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싶다」고 말한다. 새벽에 떡을 뽑고 점심과 저녁 두 번 장사를 하는 사람들을 열두 주 동안 보여 주면서, 보는 쪽은 소파에 앉아 있다.
변호
첫 번째 반론은 대체로 받아들인다. 정확히 말하면, 받아들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주방 집기와 작별하는 장면은 다른 누구도 아닌 당사자들이 그것을 손실로 느꼈다는 증거다. 다만 간판이 그대로였다는 사실을 나는 가볍게 보지 않는다. 떡버거의 빵은 기정떡이고, 서울에서 많이 팔린 피자의 도우는 찰떡이었다. 안유진 씨는 피자가 모자라자 도우를 다시 만들어 계속 팔았다고 정산 자리에서 설명한다. 떡은 메인 요리에서 바탕으로 내려갔지, 가게에서 나가지는 않았다. 9회에 셰프가 손님으로 와서 먹은 것도 떡볶이와 소고기 버거 세트였고, 그는 「진짜 너무 잘한다」고 말한다. 떡볶이는 그때도 세트 안에 있었다. 이것을 타락으로 볼지 확장으로 볼지는 취향이 아니라 장면의 문제이고, 장면은 양쪽에 다 있다.
두 번째 반론에는 반박하고 싶다. 알바생들이 네 사람을 가렸다는 말은 장면과 맞지 않는다. 8회에 카리나 씨가 「떡집 차렸다고 해서 왔어요」 하고 들어오자 이영지 씨는 군기부터 잡으려 하고, 상대가 「손님이에요」 하자 곧바로 사과한다. 안유진 씨는 「5초 안에 입어」 하고 앞치마를 내민다. 알바생이 일을 찾아 움직이자 이은지 씨는 알바를 해 본 손길이라고 알아본다. 도경수 씨가 온 날의 시급 협상은 더 노골적이다. 이영지 씨가 시간당 2천 원을 부르고, 상대는 2만 원에서 시작하려 했다고 받고, 안유진 씨는 도우를 계속 만들게 하면 20만 원도 이득이라고 거들고, 결국 사장은 통 크게 25만 원을 부른다. 알바생은 네 사람의 분량을 뺏은 것이 아니라 네 사람이 사장이 되었을 때 어떤 얼굴인지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본사가 자기들에게 한 일을 자기들이 알바생에게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정직한 농담이다. 가게의 주인이 본사라는 지적은 맞지만, 그 안에서 사장 노릇을 배운 사람이 누구인지도 화면에 다 있다.
세 번째 반론은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한 가지만 보탠다. 피로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정산 장면이 성립한다. 매출이 아무리 올라도 지출을 빼면 12만 원이 남는다는 것, 그 지출의 대부분이 자기들이 정하지 않은 숙소와 교통비라는 것을 네 사람은 그 자리에서 알게 되고, 따진다. 노동을 보여 준 프로그램이 마지막에 임금 협상을 보여 준 셈이다. 이것이 세 변호 가운데 가장 약하다는 것을 나도 안다. 그 협상 역시 본사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래도 열두 주 동안 본 사람에게 그 12만 원은 숫자가 아니라 계단이고 새벽이다.
그래도 남는 것
마지막 영업 전날 밤, 이영지 씨는 「내일이 마지막이라니」 하고, 「이 떡볶이 먹으면 눈물 날 것」이라고 말한다. 버거와 피자와 타코를 팔던 가게의 마지막 밤에 울음이 걸린 음식은 떡볶이였다. 간판이 왜 끝까지 남았는지에 대한 답은 아마 거기 있을 것이다. 가게는 본사의 것이었고 메뉴는 셰프의 것이었지만, 새벽에 떡을 뽑던 기억은 네 사람의 것이었다.
에필로그에서 미미 씨는 자기 몫으로 받은 배달 앱 상품권을, 다시 떡집을 하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이용권으로 바꿔 달라고 한다. 이은지 씨가 받는다. 「하고 싶다고 평생 말 안 하면 되는 거지?」
벌칙으로 시작한 가게가 하고 싶은 일로 끝났는지, 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기로 한 일로 끝났는지는 모르겠다. 두 가지가 같은 말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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