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 2026
우주떡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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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지우지 않았다
마가리타 두 잔을 시켰는데 한 잔만 나왔다. 무 피클은 아무 데도 안 나왔다. 9회에 본사 연출자가 이은지에게 그렇게 말한다. 손님 컴플레인이 장난이 아니라고, 무 피클은 자기가 물어보기도 민망하다고. 그러고 나서 한 번 더 이러면 혼난다고 한다. 나는 이 장면을 빨래를 개면서 봤는데, 양말을 접다 말고 잠깐 멈췄다. 이걸 왜 안 잘랐지.
이 프로그램이 하지 않은 것 하나를 고르라면 그것이다. 실수를 지우지 않았다. 떡집 벌칙으로 시작해서, 고흥에서 사흘 장사하고, 서울로 옮겨서 닷새 장사하고, 정산하고, 끝. 그 사이에 실수가 몇 개나 있었는지 세어 보다가 그만뒀다. 많아서가 아니라, 세는 동안에도 또 나와서.
몇 개만 적는다. 3회에 안유진은 옆 테이블 것까지 같이 계산해 달라는 손님에게 주문서를 다 들고 나갔다가 다른 주문서를 계산하고, 돈을 덜 받고, 덜 받은 줄을 모른다. 6회에 서울 매장 첫 과제로 제작진 먹일 떡버거 열다섯 세트를 60분 안에 만들라는데 배달 버거가 먼저 도착하고 음식은 13분 늦게 나오고 디저트에는 삽 모양 숟가락이 빠져 있다. 7회 서울 첫 영업에서는 테이블 번호표가 안 건네지고 디저트가 안 나간다. 8회에 안유진은 민트 당근 케이크를 만들다가 카스텔라 가루와 민트 크림 넣는 순서를 틀리고, 다시 만들다가 똑같이 틀린다. 10회에 처음 홀에 선 도경수는 주문받는 법을 메모까지 해 놓고도 첫 손님을 받자마자 혼란에 빠진다. 11회에는 피자가 안 잘린 채로 테이블에 나간다. 한 테이블이 아니라 두 테이블에.
요즘 식당 예능이라면 이런 것은 둘 중 하나로 처리된다. 통째로 들어내거나, 자막 한 줄로 귀엽게 포장하고 넘어가거나. 덜 받은 돈은 편집실에서 사라지고, 안 나간 마가리타는 손님도 모르는 일이 된다. 보기 좋고 출연자도 편하다. 이 프로그램은 그러지 않았다. 덜 받은 돈은 덜 받은 채로, 두 번 틀린 케이크는 두 번 틀린 채로, 혼난다는 말은 혼난다는 말 그대로 내보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8회 케이크 장면에서 내가 다 민망해서 채널을 돌릴 뻔했다.)
안 지운 덕에 생긴 것이 있다. 실수가 가게의 메뉴가 됐다. 9회에 이은지는 마가리타를 늦게 내면서 늦게 나올 때는 평범하게 드리지 않는다며 춤을 추고 가져다준다. 11회에 피자가 안 잘려 나가자 네 사람은 손님 앞에서 노래를 하고, 두 번째 테이블에서 같은 일이 생기자 앙코르를 한다. 서울 매장 메뉴판에는 이은지 공연이 9,999만 9,999원으로 올라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 공연이 실수 값으로 무료 제공된 셈이다. 손님은 음식 대신 사과를 받았고, 사과가 음식보다 재미있었다. 실수를 지웠으면 이 장면도 같이 지워졌을 것이다.
한 번 더 있다. 8회에 안유진이 케이크를 두 번 틀리는 동안 미미는 당황한 안유진을 다독이면서 포테이토 펍스까지 대신 만든다. 잘한 장면만 남겼으면 미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남이 실수할 때 드러난다. 그걸 보여 주려면 실수가 화면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정색을 한 번 하겠다. 실수를 지우지 않은 것과 실수를 줄여 주지 않은 것은 다른 일이고, 서울 매장에서 새 메뉴를 배우자마자 영업을 시작하게 한 쪽도, 주방과 홀을 다른 층에 두고 계단으로 서빙하게 한 쪽도, 그러고 나서 마가리타 한 잔이 안 나왔다고 한 번 더 이러면 혼난다고 말한 쪽도 전부 같은 본사였다. 실수는 남겨 두고 조건은 안 바꿨다. 그건 솔직함이 아니라 편집이다.
그래도 나는 이 선택을 산다. 덜 받은 돈이 그 뒤에 어떻게 됐는지 나는 모르겠고 그게 조금 찜찜하지만, 지워진 것보다는 남겨진 것이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열두 주 동안 실수를 보면서 나는 한 번도 저 사람들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일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 차이를 알게 해 준 것이 이 프로그램이 실수를 안 지운 덕이다.
빨래는 다 갰다. 양말 한 짝이 없다. 그것도 지우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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