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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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 십칠 분의 출석부
새벽 2시 17분. 한 반 아이 열일곱 명이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간다. 돌아오지 않는다. 교실에 남은 아이는 하나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목소리도 아이다. 어른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식으로.
나는 그 시간에 깨어 있는 날이 많다. 뛰어나가 본 적은 없다. 냉장고까지는 간다.
아이들은 팔을 양옆으로 벌리고 달린다. 비행기 놀이를 하는 자세다. 초인종 카메라에 그 모습이 찍혀 있다. 무서운 건 속도가 아니라 자세다. 아무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어디로 가는지 아는 사람은 뒤를 안 본다. 나는 늘 뒤를 본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뜻이다.
선생님 저스틴.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 하나만 앉아 있다. 학부모들은 전화를 걸고 문을 두드린다. 누군가 차에 마녀라고 써 놓는다. 저스틴은 술집에서 옛 애인 폴을 만난다. 폴은 경찰이고, 콜라를 시킨다.
콜라를 시키는 사람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건 심문이다. 저스틴은 그걸 알고도 마셨다. 사람은 들킬 걸 알면서 하는 일에 제일 솔직하다.
아버지 아처. 한 달째 초인종 카메라 영상을 본다. 아들이 뛰어간 각도를 지도에 긋는다. 다른 집 영상도 받아 와서 긋는다. 선이 한 집에서 만난다. 경찰이 한 달 동안 못 한 일을 자 하나로 한다.
그 사람 꿈도 나온다. 아들이 뛰어가는 길, 어느 집 위에 커다란 소총이 떠 있고 그 안에 자명종이 박혀 있다. 2시 17분. 나는 그 장면에서 웃을 뻔했다. 다음 순간 못 웃었다. 꿈은 원래 그렇게 생겼다. 제일 무서운 걸 제일 우스운 모양으로 보여 준다.
할머니 글래디스. 남은 아이의 고모할머니라고 한다. 얼굴에 화장이 두껍다. 물 한 그릇, 머리카락을 감은 나뭇가지, 손가락 끝의 피. 가지를 꺾으면 그 머리카락의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한다. 교장 마커스는 그렇게 남편을 잃고, 저스틴을 쫓다가 차에 치인다.
제목이 왜 무기인지 여기서 안다. 총이 아니다. 사람이 무기다. 가지 하나면 된다. 세상에서 제일 싼 무기는 늘 사람이었다.
경찰 폴. 순찰차 카메라에 제임스를 때린 장면이 찍혀 있다. 폴은 거래를 한다. 못 본 걸로 하고 보내 준다. 나중에 폴도 가지에 걸린다. 저스틴을 덮치고, 자기 총에 맞는다. 폴의 아내는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마을에서 아이 열일곱이 사라진 바로 그 무렵에.
자기 잘못을 지운 사람이 자기 무기에 당한다. 교훈처럼 들리는데 교훈이 아니다. 그냥 순서다. 이 영화는 교훈 대신 순서를 준다.
도둑 제임스. 숲에 텐트를 치고 산다. 빈집인 줄 알고 들어간 집 지하실에서 열일곱 명을 본다. 서 있다. 눈을 뜨고. 제임스 머릿속에 포상금 5만 달러가 떠오른다.
그 아이들을 처음 본 어른이 선생님도 아버지도 경찰도 아니었다. 도둑이었다. 찾는 사람은 못 찾고 들어가는 사람이 찾는다. 나도 뭘 잃어버리면 찾지 말고 그냥 들어가 봐야겠다.
숫자. 2시 17분에 열일곱 명. 감독이 일부러 맞췄다고 한다. 나는 숫자가 맞아떨어지면 안심하는 사람이다. 이 영화에서는 숫자가 맞을수록 불안했다.
맞아떨어지는 건 누가 맞춘 거다. 우연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다.
끝. 주문이 뒤집힌다. 열일곱 명이 대낮에 팔을 벌리고 할머니를 쫓는다. 창문을 뚫고 담을 넘는다. 잡는다. 그다음은 쓰지 않겠다. 밤에 나갔던 자세 그대로 낮에 돌아온다. 같은 자세인데 이번에는 아무도 안 무섭다. 자세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누가 시켰느냐가 무서운 거였다.
가장 조용한 조각. 이야기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마지막에 말한다. 돌아온 아이들 가운데 몇은 한참 뒤에야 다시 말을 했다고. 몇은 아직이라고.
아이들은 돌아왔다. 말은 덜 돌아왔다.
좋은 영화다. 보고 나서 자명종을 확인했다. 2시 17분에 맞춰져 있지 않았다. 안심이 됐다. 안심이 됐다는 게 더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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