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5
웨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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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왔다는 말과 괜찮다는 말은 다르다
각본 하나를 두고 큰 회사 넷이 붙었고, 하루 만에 끝났다고 한다. 3년 전 전작에서 이야기를 셋으로 끊어 관객의 발밑을 빼 버린 감독의 두 번째 영화다. 나는 그 기사를 읽고 기대를 걸었다. 기대는 내 책임이다. 영화의 책임은 그다음부터다.
기대
설정이 먼저 왔다. 수요일 새벽 2시 17분, 한 반 아이 열일곱이 각자 집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어둠으로 달려간다. 남은 아이는 하나. 이 설정은 한 문장으로 끝나는데 한 문장으로 끝나는 설정이 제일 무섭다. 덧붙일 말이 없기 때문이다.
전작이 두 번째였다. 그 영화는 이야기를 세 토막으로 나누고 토막이 바뀔 때마다 바닥을 치웠다. 그래서 이번에 챕터가 여섯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바닥이 여섯 번 꺼지는 영화를 생각했다. 그게 내 계산이었다.
세 번째는 숫자였다. 열일곱이면 열일곱 집이다. 아이를 잃은 집 열일곱 채가 한 달을 어떻게 넘기는지, 나는 그걸 보고 싶었다. 한 집도 아니고 열일곱 집이 같은 밤에 같은 일을 당했을 때 마을이 무엇이 되는지.
실제
바닥은 꺼지지 않았다. 대신 돌았다. 뒤 챕터가 앞 챕터를 다시 밟는다. 한 챕터의 배경에 스쳐 간 사람이 다음 챕터의 주인공이 되고, 그 사람의 등 뒤에서 같은 복도를 다시 걷는다. 처음 두 번은 설계가 보여서 좋다. 네 번째부터는 설계만 보인다. 전작은 판을 뒤집었고 이번에는 판을 돌렸다. 돌리는 건 뒤집는 것보다 안전하다. 안전한 만큼 덜 무섭다. 길었던 건 이 부분이다. 이미 본 밤을 세 번 네 번 다시 보는 시간.
비었던 건 열여섯 집이다. 아버지 하나만 챕터를 받는다. 현관 카메라 영상을 돌려 보며 아들을 찾는 아버지. 그 사람 이야기는 할 만하다. 그런데 나머지 열여섯 집은 학부모가 모인 자리의 머릿수로 나온다. 교사에게 책임을 묻는 얼굴들로. 그 집들이 밤에 무엇을 하는지 영화는 보여 주지 않는다. 한 평자는 감독이 가족들의 감정 밑바닥에 일부러 들어가지 않았다고 썼다. 이야기의 속도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속도는 지켜졌다. 그 값을 치른 건 화면에 나오지 않은 집들이다.
한 리뷰는 다섯 번째 챕터를 지나 여섯 번째부터 폭풍처럼 몰아친다고 썼다. 맞는 말이다. 앞의 다섯이 쌓아 둔 것을 마지막 하나가 한꺼번에 쏟는다. 다만 그 폭풍이 오기까지 같은 거리를 다섯 번 걷는다. 폭풍은 좋았다. 걷는 시간이 길었다.
이 둘은 같은 선택에서 나왔다. 같은 밤을 여러 번 보여 주려면 시간이 든다. 그 시간은 어디선가 빼 와야 한다. 영화는 열여섯 집에서 빼 왔다. 나는 그 거래가 손해였다고 본다. 같은 복도를 네 번 걷는 것보다 다른 집 부엌을 한 번 보는 쪽이 더 무서웠을 것이다.
답이 마녀였다는 것 자체는 탓하지 않겠다. 어떤 답이든 저 설정보다 클 수는 없었다. 질문이 너무 좋으면 답은 늘 진다. 그건 이 영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은 것
건진 것은 하나다. 끝이 회복을 거짓말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그 집 지하실로 내려가 아들을 찾는다. 찾는 장면까지는 영화가 보여 준다. 찾은 다음은 보여 주지 않는다. 영화는 거기서 2년을 건너뛴다. 나는 처음에 그것도 비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너뛴 자리에 영화가 두고 간 말이 있었다.
주문이 풀리는 순간, 제 발로 일어선 어른은 아버지 하나뿐이다. 나머지는 그대로 누워 있다. 아이들은 돌아온다. 그런데 2년 뒤의 목소리가 전한다. 아이들 가운데 일부만 다시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일부다. 전부가 아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여기서 부모가 아이를 안고 음악이 올라간다. 이 영화는 그 장면을 주지 않는다. 찾았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 돌아왔다고 괜찮은 게 아니라는 것을 영화가 안다. 나는 그걸 기대하지 않았다. 받았다.
당신이 무언가를 잃었다가 되찾은 적이 있다면 알 것이다. 되찾은 날은 끝이 아니다. 그날부터가 길다. 말이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무도 대신 못 센다. 이 영화는 그 시간을 세지 않는다. 다만 있다고 말한다. 그 정도면 됐다.
기대한 바닥은 꺼지지 않았고, 기대하지 않은 정직함이 왔다. 이 교환이 손해였는지는 당신이 정하라. 나는 본전은 했다고 본다. 본전이면 버틸 이유로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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