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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 달린 통조림을 고른 아이

심장쫄깃러· 2026. 10. 25.· 3,027자

한 아이가 가게에서 통조림을 고릅니다. 처음에는 따개가 필요한 것을 사 와서 끙끙댑니다. 얼마 뒤부터는 뚜껑에 고리가 달린 것만 집어 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그 장면이 제일 오래 남았어요. 무서운 장면은 따로 많은데, 마음에 남은 건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통조림 고르는 요령을 익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알렉스예요. 어느 새벽 2시 17분, 같은 반 아이 열일곱 명이 집을 뛰쳐나가 돌아오지 않았을 때 교실에 혼자 남아 있던 아이입니다. 어른들은 이 아이에게 한 가지를 묻습니다. 왜 너만 남았니. 저는 다른 것을 먼저 묻고 싶었어요. 그동안 집에서 어떻게 지냈니.

사정을 영화가 보여 주는 순서대로가 아니라 아이가 겪은 순서대로 적어 볼게요. 어느 날 집에 글래디스라는 노인이 옵니다. 엄마의 이모라고 했습니다. 아빠도 알렉스도 처음 보는 사람이에요. 첫날 밤 알렉스가 문틈으로 들여다본 방에는 뼈만 남은 노인이 침대에 누워 있고, 그 옆에 화분에 심긴 나무가 있었습니다. 며칠 뒤 학교가 끝났는데 아무도 데리러 오지 않아요. 아이는 걸어서 집에 옵니다. 엄마와 아빠가 식탁에 앉아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아요. 알렉스는 물을 떠다 끼얹습니다. 깨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이 아이가 제일 처음 한 일이 도망이 아니라 깨우기였다는 것을 기억해 두고 싶어요.

웨폰 스틸컷

그다음에 글래디스가 아이를 앉혀 놓고 보여 줍니다. 부모의 머리카락을 감은 나뭇가지를 꺾자, 두 사람이 식탁 위의 포크로 자기 얼굴을 다치게 합니다. 그만하라고 하자 그만둡니다. 그리고 말해요. 누구에게든 이야기하면 부모가 더 다친다고. 이 장면을 자세히 적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날부터 아이가 무엇을 알게 됐는지는 적어야겠어요. 말을 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아이는 식탁에서 눈으로 배웠습니다.

알렉스가 한 일 세 가지를 꼽아 볼게요. 하나, 매일 학교에 갔다가 가게에 들러 통조림을 사고, 숟가락으로 부모를 먹였습니다. 통조림 고르는 요령은 거기서 생긴 거예요. 둘, 체육 시간에 빠져나와 같은 반 아이 열일곱 명의 이름표를 훔쳤습니다. 글래디스가 그걸 가져오면 몸이 나아져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했거든요. 그날 밤 2시 17분에 아이들이 왔고, 지하실에 선 채로 머물렀습니다. 알렉스는 그 아이들에게도 숟가락을 들었습니다. 셋, 끝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이 차로 집까지 데려다주고 신문지로 막힌 창문을 보았을 때도, 글래디스가 교장실에 찾아가 부모가 몹시 아프다고 둘러댈 때도요.

그 사이에 아이가 매일 본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노인은 날이 갈수록 얼굴에 혈색이 돌고, 부모는 날이 갈수록 말라 갑니다. 아이는 그 둘을 한 식탁에서 봅니다. 한쪽을 먹이면서 다른 쪽이 살아나는 것을요. 어른이라면 그 뜻을 곧 알아차렸을 거예요. 아이도 아마 알았을 겁니다. 알고도 숟가락을 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 제가 이 아이를 오래 생각하게 된 이유예요.

세 가지 가운데 둘째가 제일 마음에 걸리실 거예요. 친구들의 이름표를 훔친 아이. 저도 그 장면에서 숨을 멈췄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자리에 서 보면 저울이 보여요. 한쪽에는 반 친구 열일곱 명, 다른 쪽에는 식탁에서 본 엄마 아빠의 얼굴. 그 나이의 아이에게 그 저울을 들게 한 어른이 있었다는 것, 저는 이 영화에서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말을 하지 않은 건 이상해서가 아니에요.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미 보았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이름표를 가져간 건 나빠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노인이 떠난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 거예요. 이건 제 추측이지만, 아이의 자리에서는 그 말이 유일한 출구였을 겁니다.

글래디스 이분에게도 사정은 있었습니다. 죽어 가고 있었고, 남의 기운을 가져와야 살 수 있었다고 영화는 설명합니다. 그 사정은 사정대로 두겠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다고 해서 그 행동이 괜찮아지는 건 아닙니다. 어른의 생존을 위해 아이의 손에 숟가락과 남의 이름표를 쥐여 준 일은, 어떤 사정으로도 덮이지 않습니다.

웨폰 포스터

이 아이가 들은 말을 모아 봅니다. 말하면 더 다친다. 이걸 가져오면 떠나겠다. 왜 너만 남았니. 선생님은 자꾸 묻습니다. 무언가 알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은 많았어요. 그런데 아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아마 질문이 아니었을 거예요. 네 잘못이 아니야. 오늘은 내가 먹일게. 그 두 마디를 이 영화의 어른들은 끝까지 해 주지 못합니다.

어른들이 이 아이에게 한 일도 적어 두어야 공평하겠지요. 마을은 몇 주째 선생님을 의심하고, 아버지는 초인종 카메라 영상을 돌려 보고, 경찰은 집을 한 번 들여다보고 돌아갑니다. 모두 열심이었어요. 다만 그 열심이 향한 곳에 아이는 없었습니다. 교실에 혼자 앉아 있던 아이, 매일 같은 가게에서 통조림을 사던 아이를 어른들은 지나쳤습니다. 이상한 집을 찾는 데는 모두 눈이 밝았는데, 이상한 하루를 보내는 아이를 보는 데는 아무도 눈이 밝지 않았어요.

그런데요, 이 아이가 마지막에 하는 일을 보면 가슴이 두 번 내려앉습니다. 알렉스는 글래디스가 방 앞에 그어 둔 소금 선을 일부러 넘습니다. 그러면 부모가 자기를 쫓아온다는 걸 알면서요. 그렇게 노인의 눈을 돌려놓고 화장실에 들어가, 노인의 머리카락을 감은 나뭇가지를 꺾습니다. 보고 배운 그대로요. 지하실의 아이들이 깨어나 노인을 쫓아갑니다. 한 번은 아이가 스스로를 구해 냈다는 데서 내려앉고, 또 한 번은 아이가 자기를 구할 방법을 자기를 가둔 사람에게서 배웠다는 데서 내려앉아요. 이 아이에게는 그것 말고 배울 수 있는 어른이 없었습니다.

영화 끝에 아이의 목소리가 뒷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알렉스의 부모는 시설로 갔고, 지금도 누군가 숟가락으로 먹여 준다고 해요. 알렉스는 다른 친척 어른에게 가서 삽니다. 저는 그 집에서 이 아이가 고리 없는 통조림을 들고 와서, 이거 좀 따 달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그 한마디를 하는 데 아주 오래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누군가 옆에서 기다려 줄 거라고, 저는 그렇게 믿어요.

혹시 주변에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 아이가 있다면, 무엇이 있었느냐고 묻기 전에 먼저 옆에 앉아 주세요. 이 영화를 보고 제가 하고 싶어진 일은 그것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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