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4
스픽 노 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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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장은 엽서로 왔다
초대장은 엽서로 왔다. 휴가지에서 며칠 본 사람들이 보낸 엽서. 나는 휴가지에서 만난 사람과 연락처를 나눈 적이 있다. 연락은 안 했다. 그게 예의가 아닌 줄 알았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게 생존이었다.
등장인물을 한 장씩 적는다. 한 일, 하지 않은 일, 한마디.
패디 · 제임스 맥어보이
- 한 일: 채식한다는 손님에게 거위 고기를 권했다. 식탁에서 아내와 농담이라며 민망한 시늉을 했다. 손님 남편을 사냥에 데려갔다가 한적한 데서 같이 소리를 지르게 했다. 아들에게 춤을 추라고 하고 못 춘다고 야단쳤다. 손님의 통장에 손을 댔다.
- 하지 않은 일: 사과를 끝까지 한 적이 없다. 늘 중간에 되돌렸다.
- 한마디: 왜 이러냐는 물음에 답한다. 너희가 그렇게 두었으니까.
선을 넘고 되돌아오는 사람이다. 넘을 때마다 한 걸음 더 간다. 돌아올 때는 반 걸음만 온다. 그 차이가 쌓여서 집이 된다.
키아라 · 아이슬링 프란쵸시
- 한 일: 손님이 처음 떠나려 할 때 사과했다. 잃은 딸 메리 이야기를 꺼냈다. 손님은 하루 더 묵었다.
- 하지 않은 일: 말리지 않았다. 한 번도.
- 한마디: 자기도 어릴 때 데려와진 아이였다고 한다. 열일곱 해 전에. 영화는 그 말이 참인지 알려 주지 않는다.
사과가 제일 무서운 사람이 있다. 사과를 잘해서다. 잘하는 사과는 연습한 사과다.
앤트 · 댄 허프
- 한 일: 혀를 보여 주려 했다. 열쇠를 훔쳤다. 애그니스를 창고로 데려갔다. 마지막에 벽돌을 들었다.
- 하지 않은 일: 말. 못 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렇다고 어른들이 말했다. 거짓말이었다.
- 한마디: 없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제일 많이 말한 사람이다.
말 못 하는 아이가 영화 내내 알리려고 애쓴다. 말하는 어른들은 영화 내내 못 알아듣는다. 말이 문제가 아니었다. 듣는 쪽이 문제였다.
벤 · 스쿳 맥네이리
- 한 일: 일자리를 잃고 런던에 와 있다. 딸의 토끼 인형을 찾으러 두 번 돌아갔다. 호수에 빠진 앤트를 건졌다. 지붕에서 뛰어내려 다리를 다치고도 사다리를 가져왔다.
- 하지 않은 일: 쓰러진 패디를 끝내지 않았다. 식탁에서 아내 대신 화내지 않았다.
- 한마디: 왜 이러는 거냐. 물은 사람이 벤이다.
나는 벤을 욕할 수 없다. 나도 식당에서 음식이 잘못 나오면 그냥 먹는다. 이 영화는 그냥 먹는 사람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 준다. 거위까지 간다. 거위 다음은 없다.
루이스 · 맥켄지 데이비스
- 한 일: 거위 고기를 입에 넣고 몰래 뱉었다. 남의 침대에서 자는 딸을 데리고 나왔다. 제일 먼저 떠나자고 했다. 커터칼을 숨겼다. 망치를 들었다.
- 하지 않은 일: 기다리지 않았다. 앤트가 호수에 빠졌을 때 남편을 두고 차를 몰았다. 문이 닫혔다.
- 한마디: 속삭임. 영화 내내 남편에게 속삭인다. 남편은 괜찮다고 한다.
이 집에서 제일 먼저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 제일 오래 참았다. 느끼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의 거리가 이 영화의 전부다. 그 거리를 망치로 메운다.
애그니스 · 알릭스 웨스트 레플러
- 한 일: 창고의 사진을 휴대전화로 찍었다. 자기한테 놓으려던 주사기를 패디에게 꽂았다. 떠나는 차에서 토끼를 앤트에게 줬다.
- 하지 않은 일: 울기만 하지 않았다.
- 한마디: 토끼가 없다고 울었다. 그 울음이 두 번 가족을 되돌렸다.
어른 넷이 영화 내내 못 끝낸 일을 아이 둘이 마지막에 끝낸다. 주사 한 대, 벽돌 한 장. 아이들은 예의를 아직 덜 배웠다. 그래서 살았다.
마이크 · 크리스 히친
- 한 일: 늦게 와서 총을 쐈다. 가족을 집 안으로 다시 몰아넣었다. 벤을 거의 제압했다.
- 하지 않은 일: 살아서 나가지 못했다. 루이스의 망치.
- 한마디: 차를 남겼다. 가족은 그 차로 떠난다.
공범은 늘 차를 남긴다. 악당의 마지막 쓸모는 교통편이다.
스픽 노 이블 · 2024 · 110분
- 한 일: 앞의 3분의 2 동안 불편하게 만들었다. 거절 못 하는 사람의 얼굴을 계속 찍었다. 마지막에 싸우게 했다.
- 하지 않은 일: 원작처럼 끝내지 않았다. 그 얘기는 다른 사람이 할 것이다.
- 한마디: 악은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말하지 말 것. 홍보 문구다. 영화는 그 셋을 다 한 사람이 산다고 말한다.
가장 조용한 조각. 패디가 벽돌을 든 앤트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그게 내 아들이지. 그다음은 벽돌이다.
좋은 영화다. 엽서가 오면 답장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예의가 아니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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