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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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어드는 아저씨

삐뚜름관람· 2026. 10. 24.· 2,222자

지난여름 아랫집 애들이 복도에서 소화기를 뽑아 들고 놀았다. 나는 못 본 척 집에 들어갔다. 윗집에서 밤마다 뭐가 쿵쿵 울려도 한 번도 올라가 본 적이 없고, 식당 옆 테이블에서 싸움이 나면 남은 반찬을 두고 먼저 계산한다. 끼어들면 그게 내 일이 되는 게 무서워서다.

그런 사람이 이 영화를 보면 한 사람 때문에 좀 그랬다. 모텔 관리인 바비.


영화는 디즈니월드 건너편, 연보라색 벽의 모텔 매직 캐슬에서 여름 한 철을 보낸다. 주인공은 여섯 살 무니고, 무니의 엄마 핼리는 방세를 겨우겨우 맞추며 산다. 바비는 그 모텔의 관리인이다. 사장이 아니고 관리인. 방세 받고, 고장 난 것 고치고, 규칙 설명하고, 안 지키는 사람한테 소리 지르는 사람.

영화 첫 장면부터 그는 끼어든다. 무니와 친구가 주차장에 선 남의 차에 침을 뱉고 욕을 퍼붓는다. 차 주인은 한 할머니다. 바비가 나타나 아이들을 세우고, 그 차를 닦게 한다. 차를 닦다가 무니는 할머니의 손녀 잰시와 친구가 된다. 끼어든 어른 하나 때문에 벌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우정이 된다. 나라면 그냥 지나갔을 것이다. 내 차도 아닌데.

두 번째. 아이들이 모텔 전기 배전함을 건드려서 건물 전체가 정전된다. 바비는 금세 가서 고친다. 고치는 내내 얼굴에 짜증이 붙어 있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고친다. 그 순서가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불평은 하되 손은 움직인다. 나는 불평하면서 손도 안 움직이는 쪽이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틸컷

세 번째가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이다. 낯선 노인 하나가 아이들이 노는 데로 슬금슬금 다가온다. 바비가 알아챈다. 다가가 말을 걸고, 그를 모텔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밀어낸다.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어른 하나가 어른 하나를 밖으로 끌어낸 것뿐이다. 그 장면이 웃기고 동시에 서늘한 건, 바비가 그 일을 하면서 한 번도 영웅 같은 표정을 짓지 않아서다.

그런데 바비가 없는 데서는 일이 난다. 아이들이 모텔 바깥의 버려진 콘도 단지에 들어가 노는 날, 무니의 친구 스쿠티가 불을 낸다. 소방차가 온다. 그 뒤로 스쿠티의 엄마는 아들을 무니와 못 놀게 한다. 바비는 그 자리에 없었다. 관리인은 모텔 울타리 안에서만 관리인이다. 그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가 끼어들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다. 그 한계가 이 사람을 더 사람으로 보이게 했다.

하나 더. 핼리의 방에 왔던 남자가 나중에 자기 물건을 돌려받겠다며 모텔로 다시 찾아온다. 바비가 그를 가로막고 내보낸다. 무슨 일인지 다 알면서도 대놓고 캐묻지 않는다. 핼리에게 그 일을 그만하라고 하지도 않는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한다. 그 이상은 하지 않는다. 나는 그 선이 비겁하다고 생각하다가, 내가 그어 놓은 선은 그보다 한참 안쪽에 있다는 걸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네 장면 모두 바비가 안 해도 되는 일이다. 월급에 들어 있지 않다. 그는 그 모텔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고, 자기도 지쳐 있다. 감독이 그 지역 모텔 관리인들을 실제로 만나 보고 만든 인물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는 걸 읽었다. 마지못해 부모 노릇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거기 있었다고. 마지못해. 그 말이 딱이다. 바비는 한 번도 기꺼이 끼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매번 끼어든다.

그래서 나는 바비가 부럽고 얄밉다. 부러운 건 몸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고, 얄미운 건 그걸 하면서도 생색을 안 낸다는 것이다. 나는 아주 작은 선행을 하고도 사흘은 떠든다.

그리고 영화의 끝. 핼리가 몸을 팔아 방세를 대고 있다는 사실이 돌고, 아동가족국 직원들이 무니를 데려가려고 모텔에 온다. 바비는 거기 있다. 서 있다. 이번엔 끼어들 수 없다. 끌어낼 상대가 노인 한 명이 아니라 제도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가 모녀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모습을 그냥 둔다. 여름 내내 끼어들던 사람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무것도 못 한다. 그게 더 아팠다.

플로리다 프로젝트 포스터

영화 다 보고 복도에 나가 봤다. 소화기는 제자리에 있었다. 애들은 없었다. 그러니까 아무 일도 안 일어났고 나는 또 아무것도 안 했다. 하지만 다음에 애들이 거기서 소화기를 뽑고 있으면, 바비처럼 짜증 난 얼굴로라도 한 번은 「야, 그거 놔」 하고 말해 볼 생각이다. 거창한 결심은 아니다. 끼어드는 데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이 영화가 알려 줬다.

바비 아저씨, 당신은 마지막엔 못 지켰지만 그 여름 내내 지켰다.

추신. 아무튼 나는 이 영화를 디즈니월드가 나오는 줄 알고 봤다. 거의 안 나온다. 대신 보라색 모텔과 투덜대는 아저씨가 나온다. 그쪽이 훨씬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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