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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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와 총

정담뜰· 2026. 10. 12.· 2,892자

여자가 냉장고 뒤에 엎드려 있었다. 총알이 날아왔다. 총알은 바깥에 선 승합차에서 왔다. 여자는 제가 자란 집 안에 있었다. 냉장고는 먹을 것을 넣어 두는 궤다. 그 궤가 총알을 받아 냈다. 여자는 궤의 두께만큼 살아 있었다.

여자를 키운 사내는 그 전에 죽었다. 사내의 죽음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여덟 편 가운데 첫 편에서 그 일이 끝났다. 남은 일곱 편은 여자의 것이었다. 죽은 사내는 지나간 시간의 장면으로만 돌아왔다. 죽은 자가 일곱 편을 더 걸어 다녔다.

이야기는 2024년 1월 17일에 나오기 시작해 2월 7일에 끝났다. 여덟 편이다. 먼저 소설이 있었다. 소설의 제목에는 살인자가 들어 있었고 드라마의 제목에는 킬러가 들어 있다. 가게를 뜻하는 말이 두 제목에 다 들어 있다. 죽이는 일과 파는 일이 한 간판에 붙어 있다.

사내는 가게를 가지고 있었다. 겉으로는 농기구를 파는 가게였다. 주문은 화면으로 받았다. 물건은 집 지하에 있었다. 지하에는 총이 있었고 폭약이 있었다. 손님은 빛깔로 나뉘었다. 죽이는 자와 엿보는 자와 뒤를 치우는 자가 각각 다른 빛깔을 받았다. 창고를 지키는 사내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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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그 지하로 내려간 것은 네 번째 편에서였다. 여자는 동창과 함께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아래에는 물건을 지키는 사내가 있었다. 그 사내도 거기서 밥을 벌고 있었다. 가게에는 가게를 지키는 사람이 따로 있다. 지키는 일은 파는 일과 다른 일이다.

사내는 전에 용병이었다. 큰 용병 회사에서 한 무리를 이끌었다. 그 회사에 사람 죽이기를 즐기는 자가 있었다. 사내는 회사를 떠났다. 떠나서 조카 곁으로 왔다. 와서 연 가게가 무기 가게였다. 사내가 판 물건은 사내가 쓰던 물건이었다. 사내는 손을 씻지 않았다. 사내는 일을 바꾸었다.

사내의 몸은 말이 없었다. 사내는 팔짱을 끼고 앉아 바닥을 보았다. 사내는 웃지 않았다. 여덟 편 동안 얼굴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총을 들 때도 어깨가 올라가지 않았다. 총열이 수평으로 떴고 눈만 떴다. 몸이 일을 알고 있을 때 몸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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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일곱 살에 그 집에 왔다. 아이의 부모는 사람을 죽이는 자들의 손에 죽었다. 사내는 아이에게 총 쏘는 법을 가르쳤다. 아이는 철망 앞에 서서 두 주먹을 얼굴 높이로 올렸다. 아이는 태국식 권법을 배웠다. 아이는 새총을 쏘았다. 아이는 중국말을 익혔다. 밥상 대신 그런 것들이 아이 앞에 놓였다.

아이에게 권법을 가르친 자는 사내의 오랜 친구였다. 사내는 아이를 남의 손에 보내 배우게 했다. 제 손으로 다 가르치지는 않았다. 가르치는 일에도 품이 나뉘어 있었다. 아이는 그 집에서 자라는 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

아이는 자라서 그 집의 거실에 엎드렸다. 여자는 소파 뒤에 배를 붙이고 긴 총을 겨누었다. 개머리판이 어깨에 붙었고 뺨이 총대에 닿았다. 눈 하나가 조준경에 들어갔다. 얼굴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여자를 맡은 배우는 석 달 전부터 총 쏘는 법과 권법을 익혔다고 한다. 배운 것은 몸에 남고 몸은 그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사내가 아이를 안고 복도를 지나가는 장면이 있다. 아이는 환자복을 입고 있었다. 사내의 한 팔이 아이의 등을 받쳤고 한 손이 아이의 다리를 쥐었다. 사내는 품에 안긴 아이를 내려다보지 않았다. 사내는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뒤에서 오는 것을 먼저 보았다. 안은 팔과 돌아본 목이 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활극을 보는 장면도 있다. 사내는 화면을 가리키며 사람의 눈이 닿지 않는 자리를 일러 주었다. 아이는 그것을 들었다. 사내는 잘 들어라, 하고 말했다. 그 말이 여덟 편에 걸쳐 되풀이되었다. 사내는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집에서 그 말을 대신한 것이 총 쏘는 법이었다고 생각했다.

죽음은 여러 번 왔다. 한 여자가 어두운 바닥에 주저앉아 쓰러진 사내를 안고 있었다. 사내의 얼굴에 피가 말라붙어 있었다. 여자의 눈두덩이 찢어져 있었다. 여자는 울지 않았다. 여자는 사내의 어깨를 받치고 앉아 있었다. 안고 있는 쪽이 더 무거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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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온 자들은 물건을 가지러 온 자들이었다. 옛 동료였던 저격수가 왔다. 그 사내는 총을 겨누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맨손과 총과 칼을 다 쓰는 여자도 왔다. 총을 다는 무인기가 떴다. 폭약이 터졌다. 그들이 원한 것은 지하에 쌓인 물건이었다. 사람을 죽이러 온 것이 아니라 물건을 가지러 온 것이었다.

여자의 편에 선 자도 있었다. 전에 죽은 사내에게 신세를 진 자였다. 그 자는 빚을 갚으러 와서 총을 들었다. 주고받은 것이 사람을 움직였다. 의리라는 말은 거기 붙지 않았다.

이야기는 한자리에 머물지 않았다. 지금의 일을 보여 주다가 지난 일로 건너갔고, 지난 일에서 더 지난 일로 또 건너갔다. 화면의 빛깔이 바뀌어 때를 알렸다. 때를 알리는 장치가 있어도 길은 자주 엉켰다. 짐승 한 마리가 나오는 대목이 있다. 그 짐승은 만들어진 것이었고 만들어진 자리가 보였다.

가까운 데서 온 것이 더 깊이 들어왔다. 초등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사내아이가 여자를 찾아왔다. 그 아이는 기계를 다룰 줄 알았다. 사내가 스스로 죽는 쪽으로 몰린 데에 그 아이의 일이 있었다. 그 아이는 여자를 살리려고 그랬다고 말했다. 총을 쏜 자는 따로 있었고, 방아쇠는 말로도 당겨졌다.

끝에서 여자는 그 가게를 넘겨받았다. 여자는 총으로 넘겨받지 않았다. 여자는 앉아서 조건을 주고받았다. 일곱 살부터 배운 것이 총 쏘는 법이었던 아이가 마지막에 쓴 것은 셈이었다. 장사하던 집의 아이가 장사를 물려받았다.

죽은 줄 알았던 사내가 문으로 들어왔다. 사내가 웃었다. 사내가 웃는 것을 여덟 편 만에 보았다. 여자도 따라 웃었다. 나는 그 웃음이 무엇을 치르고 온 웃음인지 말할 수 없다. 내가 본 것은 냉장고 뒤에 엎드린 등이다. 등은 좁았다. 궤 안에는 먹을 것이 들어 있었고, 궤 밖에서는 총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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