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26)
이런 엿 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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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엿 같은 사랑 드라마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159개에 있어요.
주말에 할 일이 없었다. 열두 회를 한 번에 풀어 놓은 드라마는 그런 주말에 틀게 된다. 다 보고 나니 메모가 남아서 회차대로 옮긴다. 1화 검사가 시골 병원에서 깨어난다. 이름도 나이도 직업도 모르고, 열 손가락 지문까지 없다. 거기에 복싱 코치가 나타나 남자친구라고 한다. 2년 사귀었고 결혼할 사이라고 한다. 여자는 당연히 안 믿는데, 첫 회가 끝나기 전에 남자가 고백하고 입을 맞춘다. 첫 회에 키스를 넣고 시작하겠다고 만든 쪽에서 미리 말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양말을 개다가 손을 멈췄다(짝을 어디 뒀는지 아직 모른다). 2…

마지막 회에 가서 드라마가 꺼내 놓는 사실은 하나다. 남자를 평생 괴롭혀 온 조직 보스가 남자의 친아버지였다. 나는 이 장면에서 잠깐 멈췄다. 억지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고, 조금 뒤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억지라는 느낌은 어디서 오는가. 확률의 착각이라는 것 사람은 우연을 잘 못 센다. 드문 일이 일어나면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놀란다. 그런데 우리가 셈하는 것은 「바로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고,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그런 종류의 일 중 아무것이나」다. 둘은 크기가 전혀 다르다. 일상의 예 셋. 서른 명쯤 모인 반에서 …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의 약속을 절반만 지켰고, 나는 지키지 않은 절반 쪽에 서서 박수를 쳤다. 약속 모름지기 로맨틱 코미디란 관객과 두 가지를 약속하는 장르다. 하나, 두 사람은 끝에 가서 반드시 맺어진다. 둘, 그 길에서 아무도 진짜로 다치지 않는다. 오해는 풀리고 경쟁자는 물러나고 비밀은 들춰져도 웃음으로 끝난다. 그래서 우리는 안심하고 본다. 결말을 알면서도 보는 것이 이 장르의 쾌락이다. 스릴러가 모르는 데서 재미를 꺼낸다면 로맨틱 코미디는 아는 데서 꺼낸다. 그래서 이 장르를 유치하다고 하는 사람은…

기억을 잃은 사람이 맨 먼저 잃는 것은 무엇인가. 이 드라마의 첫 장면은 이름이라고 답하지 않는다. 손가락이라고 답한다. 여자가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뜬다. 시골 병원이다. 의사가 말한다. 해리성 기억상실이다. 길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신분증이 없었다. 찾아온 가족이 없다. 다친 정도가 심해 열 손가락의 지문이 사라졌다. 이름을 알 길이 없다. 퇴원하면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보호 시설로 보내진다고 한다. 여자는 벽에 머리를 박는다. 기억을 되찾으려는 동작이다. 기억은 돌아오지 않고 여자가 쓰러진다. 깨어나니 같은 병실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