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19)
더 길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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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길티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79개에 있어요.
먼저 밝혀 두자면 나는 남의 말을 끝까지 못 듣는다. 상대가 세 문장째로 넘어가면 머릿속에서 이미 대답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자주 엉뚱한 대답을 하고, 더 자주 혼이 난다. 듣는 게 그렇게 어렵냐고 묻는 사람들아, 어렵다. 진짜로. 아무튼 더 길티를 봤다. 덴마크 영화다. 코펜하겐 긴급 신고 센터의 야간 근무자가 주인공인데, 원래는 거리에서 일하던 경찰이고 무슨 사건으로 재판을 앞두고 책상에 앉혀진 사람이다. 재판은 내일 아침이다. 그런데 오늘 밤 전화 한 통이 온다. 한 여자가 아이한테 말하듯 조용히 말하고, 이 사람은 그게 납…

누군가를 구했다는 말은 대개 구한 사람의 말이다. 구조된 사람은 그 문장에서 목적어로만 남는다. 목적어는 말하지 않는다. 말해지는 쪽이다. 덴마크 영화 〈더 길티〉는 코펜하겐 긴급 신고 센터의 야간 근무자 아스게르가 한 여자의 전화를 받는 85분이다. 그는 총격 사건으로 재판을 앞둔 경찰이고, 전화를 건 여자 이벤은 아이에게 말하듯 말한다. 그는 납치를 알아채고 규정을 넘어 사건에 뛰어든다. 흔한 해석은 이렇다. 편견에 갇힌 경찰이 타인의 비극을 통해 자기 죄를 직면하고 고백하는 속죄의 드라마. 소리만으로 긴장을 만든 데뷔작. 한국…

나는 모르는 번호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받지 않으면 대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택배는 문 앞에 놓이고, 보험은 가입되지 않고, 설문은 응답되지 않고, 당첨은 취소된다. 가끔 중요한 전화였음이 나중에 밝혀지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고, 늦은 것은 편리하다. 받지 않는 것도 하나의 결정이다. 작고 비루한 결정이다. 그런 내게 받는 것이 직업인 사람의 영화가 왔다. 코펜하겐 긴급 신고 센터의 야간 근무자 이야기다. 뼈대를 한 문장으로 잡으면 이렇다. 끊어야 할 전화를 끊지 않은 남자가, 끊지 않았기 때문에 틀리고, 끊지 않았기 때…

책상 위 물잔에서 알약이 녹았다. 거품이 잔의 벽을 타고 올라왔다. 사내는 잔을 보고 있었다. 전화가 울렸다. 사내는 듣지 못했다. 옆자리 동료가 사내의 팔을 쳤다. 사내는 귀에 걸린 수화기의 단추를 눌렀다. 긴급 신고 센터입니다, 하고 사내가 말했다. 사내는 경찰이다. 사내는 사람을 쏜 일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재판은 다음 날 아침이다. 그때까지 사내는 거리에 나가지 못한다. 사내는 책상 앞에 앉아 전화를 받는다. 그것이 지금 사내의 밥벌이다. 사내의 손에는 총이 없다. 사내의 손에는 가늘고 검은 송화기가 있다. 사내는 송화기를…

코펜하겐 경찰 아스게르는 총기 사용 건으로 재판을 앞두고 긴급 신고 센터 야간 근무로 밀려나 있습니다. 재판은 다음 날입니다. 술 취한 남자, 강도를 당한 남자 같은 시시한 전화가 몇 통 지나간 뒤 한 여자의 전화가 옵니다. 여자는 아이한테 말하듯 조용히 말하고, 아스게르는 그 말투에서 납치를 읽어 냅니다. 흰 밴을 타고 북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까지 알아낸 뒤 전화가 끊깁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끝까지 그 센터 안을 나가지 않습니다. 구스타브 묄러의 장편 데뷔작입니다. 2018년 선댄스에서 월드 시네마 극영화 부문 관객상을 받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