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사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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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온다

활보러· 2026. 10. 10.· 2,720자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진 오너 셰프 김무진(하석진)과 반찬가게에서 일하는 한규림(안희연)이 팔 년 만에 다시 만납니다. 팔 년 전 두 사람은 연인이었고, 규림이 말없이 사라졌어요. 규림에게는 한결이라는 아이가 있고, 집에는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아버지 한석중(류승수)과 동생들이 있습니다. 무진은 그 팔 년이 무엇이었는지 모르는 채로 다시 다가갑니다.

사랑이 온다 스틸컷

KBS 2TV 주말드라마고 2026년 7월 25일에 시작했습니다. 연출은 홍석구, 극본은 이경희입니다. 원작 없는 창작이고 예정된 분량은 쉰 회 안팎이에요.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여덟 시에 나갑니다.

이경희는 '미안하다, 사랑한다'(2004)와 '고맙습니다'(2007),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를 쓴 사람입니다. 이 목록을 보고 짐작하실 수 있는 것들이 대체로 맞습니다. 류승수와 윤유선, 진경처럼 이 작가의 작품에 여러 번 나온 배우들이 이번에도 들어와 있고요.

숨긴 아이가 있는 재회물은 대개 두 가지 길로 빠집니다. 하나는 아이의 존재를 최대한 뒤로 미뤄 회차를 버는 길입니다. 다른 하나는 알게 된 즉시 전부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길이고요. 둘 다 편하지만 둘 다 뒤가 비어요.

이 드라마는 비교적 이른 쪽을 골랐습니다. 열다섯 회에서 무진이 규림에게 "그럼 네가 낳은 우리 아이는 어디 있니"라고 묻죠. 쉰 회짜리에서 열다섯 회면 아직 삼분의 일도 지나지 않은 자리입니다. 남은 분량을 감추기로 버티지 않겠다는 뜻이에요. 그 선택은 일단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는가입니다. 이 드라마의 관계도는 꽤 촘촘하게 겹쳐 있어요. 무진의 어머니 홍옥선(진경)은 회사를 가진 사람이고, 무진에게는 첫사랑 장서현(이주연)이 따로 있고, 규림의 친어머니 고윤희(윤유선)가 서현의 계모입니다. 이런 구성은 우연을 많이 씁니다. 인물들이 서로 모르는 채 한 공간에 들어왔다가 나중에 알게 되는 장면이 계속 생기거든요.

이 드라마는 '패밀리 레시피'라는 말을 앞에 걸고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오너 셰프고 여자 주인공은 반찬가게에서 일해요. 이 조합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꽤 많습니다. 재료값, 마감 시간, 남는 반찬, 주방의 순서, 손님이 남기고 간 접시. 직업을 가진 인물 둘을 붙여 놓으면 보통 거기서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로 음식에 쓰이는 시간은 그보다 적습니다. 요리는 대체로 사람들을 한자리에 앉히는 장치로 쓰여요. 레스토랑도 주방이라기보다 인물들이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응접실에 가깝습니다. 스무 회에서는 규림의 아버지가 거기까지 찾아와 무진에게 숨겨 둔 자식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그 질문은 농담으로 들리지 않아요.

사랑이 온다 포스터

통하는 대목도 있습니다. 열여섯 회에서 규림이 한결에게 낳아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한결이 "키워줘서 고맙다"며 안깁니다. 낳는 쪽과 키우는 쪽을 갈라 놓고 한 문장씩 나눠 가지는 구성인데, 이런 건 설명을 덧붙이면 바로 망가져요. 여기선 덧붙이지 않습니다. 그 장면은 됩니다.

열한 회에서 규림이 이 집 장녀를 사퇴하겠다고 선언하는 대목도 나쁘지 않습니다. 가족 드라마에서 맏이가 그만두겠다고 말하는 장면은 흔치 않거든요. 대개는 더 짊어지는 쪽으로 갑니다. 물론 그 사퇴가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여덟 회는 이 드라마가 자기 방식을 가장 또렷하게 보여 준 회차였습니다. 무진과 규림이 서로를 마음에 둔 채로 각자 다른 사람에게 진지하게 만나 보자고 말해요. 같은 시기에 두 번 어긋나는 구성인데 꽤 깔끔하게 붙었습니다.

걸리는 쪽은 주변 인물입니다. 아버지는 일을 저지르고, 동생 한규영(박유나)은 득실을 따지고, 남사친 조흥식(배정남)은 곁을 지켜요. 각자 한 가지씩 맡아서 그것만 반복합니다. 열아홉 회에서 규영이 빠지고 나서야 그 자리가 조금 열립니다.

예고가 본편보다 세다는 말도 나옵니다. 매회 끝을 크게 끊어 놓고 다음 회에서 생각보다 작게 수습하는 방식이 반복되거든요. 주말극에서 흔한 방법이긴 합니다. 흔하다고 안 걸리는 건 아니고요.

하석진은 팔 년치를 표정으로 들고 다녀야 하는 자리를 맡았고, 그 부분은 됩니다. 안희연은 삼 년 만의 드라마 복귀이고 주말극은 이번이 처음이죠. 역할이 풋풋한 첫사랑부터 집안의 실질적 가장까지 넓게 걸쳐 있어서 손해 보기 쉬운 자리인데, 버팁니다.

배윤규가 맡은 한규오는 처음엔 철없는 동생 칸에 들어가 있었어요. 열아홉 회에서 팔 년간 당한 사기의 전말을 알게 되고 나서 자리가 바뀝니다. 무진이 그를 데려가 자학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지 자기가 팔 년 해 봐서 안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 드라마가 두 사람을 같은 칸에 넣는 방식이 거기서 보입니다. 기능으로 시작했다가 사람이 된 거의 유일한 경우예요.

같은 날 규림이 동생의 빈방을 보다가 가족사진을 찢는 장면도 붙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사진과 밥상과 반찬통 같은 물건을 꽤 성실하게 씁니다. 다만 물건이 감정을 설명해 버리는 쪽으로 자주 기울어요. 찢는 장면은 그래도 설명이 적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드라마는 아닙니다. 이 작가가 이십 년 넘게 써 온 방식이고, 주말 여덟 시라는 자리도 그대로예요. 다만 할 줄 아는 것을 제대로 하고 있긴 합니다. 그 정도면 됐죠.

(덧) 포스터에 이름이 올라간 배우가 열여섯 명입니다. 아역과 특별출연은 그 아래 따로 적혀 있고요. 쉰 회짜리 주말극으로는 보통 규모인데, 한 회에 다 나오지는 않습니다.

(덧) 포스터에 적힌 문구는 "늦어도 더 깊게, 조용히 더 오래"입니다. 팔 년을 건너뛴 이야기에 붙이기에는 적당한 말이에요. 조용히 쪽은 좀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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