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2026

사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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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과 유자청

정담뜰· 2026. 10. 10.· 1,758자

여자는 반찬가게에서 일한다. 가게는 길가에 있다. 여자는 통에 반찬을 담는다. 뚜껑을 덮는다. 저울에 올린다. 값을 적어 붙인다.

여자의 나이는 서른셋이다. 집이 기울었을 때 대학을 접었다.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아이가 하나 있다. 아이는 여자가 혼자 키웠다.

사내는 식당을 한다. 이탈리아 음식을 낸다. 주방이 있고 불이 있다. 사내는 팔 년 전에 여자와 헤어졌다. 사내는 팔 년 뒤에 여자를 다시 찾아왔다.

두 사람이 하는 일은 둘 다 먹을 것을 만드는 일이다. 한쪽은 접시에 담는다. 한쪽은 통에 담는다. 접시는 그 자리에서 비워진다. 통은 남의 집 냉장고로 간다. 나는 이 차이가 작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랑이 온다 스틸컷

여자의 집에는 늙은 아비가 있다. 아비는 일을 벌인다. 벌인 일은 집으로 돌아온다. 누이동생이 있다. 누이동생은 셈이 빠르다. 막내가 있다.

막내는 팔 년을 속았다. 돈을 뜯겼다. 맞았다. 뺨에 멍이 들었다. 막내는 침대 끝에 앉아 있었다. 손에 흰 것을 쥐고 있었다. 쥔 손은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사랑이 온다 포스터

사내가 종이를 가져왔다. 속인 자가 제 손으로 적은 종이였다. 막내는 종이를 읽었다. 팔 년이 종이 몇 장에 적혀 있었다. 막내는 안 죽겠다고 말했다.

도시락은 열여덟 회에 나왔다. 늙은 여자가 도시락을 쌌다. 늙은 여자는 그것을 들고 의붓딸의 회사로 갔다. 의붓딸은 받지 않았다. 늙은 여자는 도시락을 다시 들고 나왔다.

늙은 여자는 반찬가게로 갔다.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여자에게 도시락을 내밀었다. 저녁을 아직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여자는 늙은 여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여자가 도시락을 받았다. 뚜껑을 열었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여자는 제 어미가 싸 주던 도시락과 똑같다고 말했다. 여자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게 주인이 밑반찬을 집어 먹었다. 전복에서 유자 맛이 난다고 했다. 여자가 말했다. 제 어미는 전복 반찬을 할 때 유자청을 넣는다고 했다.

유자청은 유자를 설탕에 재어 만든다. 단맛과 신맛이 함께 있다. 전복은 살이 질기다. 질긴 것에 단것을 넣는 손이 있다. 그 손은 책에서 배운 손이 아니다. 한 집에서 오래 쓰던 손이다.

가게 주인이 가게를 나갔다. 늙은 여자의 뒤를 쫓았다. 앞을 막았다. 그 아이의 어미가 아니냐고 물었다. 늙은 여자는 아니라고 했다. 늙은 여자는 갔다.

가게 주인이 돌아왔다. 색안경을 쓴 여자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그 여자가 전에도 왔었다고 말했다. 여자는 밖으로 나갔다.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자는 빈 길을 향해 엄마를 불렀다.

여자는 어미를 반찬으로 알았다. 얼굴로는 알지 못했다. 선글라스 하나에 얼굴이 가려졌다. 전복 한 점은 가려지지 않았다. 나는 그것을 오래 생각했다.

얼굴은 늙는다. 손에 밴 것은 늙지 않는다. 사람은 바뀐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혀는 바뀌지 않은 것을 알아낸다.

이 집의 사람들은 먹는 일로 모인다. 아비는 밥상에 앉는다. 누이는 밥상에서 셈을 한다. 사내는 제 식당에서 접시를 낸다. 늙은 여자는 도시락을 싼다. 싼 것을 받아 줄 사람을 찾지 못한다.

막내가 누나를 끌어안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팔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여자의 턱이 막내의 어깨에 닿았다. 두 사람은 울었다. 우는 소리는 내지 않았다.

나는 이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다. 쉰 회 가운데 열아홉 회가 지났다. 남은 것이 서른 회가 넘는다. 늙은 여자는 아직 어미라고 말하지 않았다. 여자는 아직 받지 않았다.

도시락은 한 번 건네졌다. 뚜껑은 한 번 열렸다. 안의 것은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뚜껑은 다시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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