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4

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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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막는 두 가지 방법

고요한땀· 2026. 10. 25.· 2,843자

나는 사람 많은 곳에서 헤드폰을 쓴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말을 걸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 헤드폰은 재생 장치가 아니라 문패에 가깝다. 「부재중」이라고 써 둔 문패.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문패를 다시 보게 됐다. 영화에서 헤드폰은 세 번 쓰이고, 세 번 모두 주인에게 득이 된다. 그런데 네 번째에는 헤드폰 대신 손이 온다. 그 손 이야기까지 가려면 헤드폰의 이력부터 적어야 한다.

사정을 짧게 적는다. 열일곱 그레첸은 엄마를 잃고 아빠와 새엄마, 말을 하지 않는 어린 이복동생 알마와 독일 알프스의 리조트로 온다. 리조트 주인 쾨니그는 그레첸에게 프런트 일을 준다. 손님들은 로비에서 토하고, 숲에서는 밤마다 울음 같은 소리가 난다. 그 소리를 들은 사람은 방금 지난 몇 초를 되감아 같은 동작을 다시 한다. 감독은 그 소리를 사이렌의 노래처럼 사람을 홀리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소리는 날씨가 아니라 무기다. 그러면 헤드폰은 우산이 아니라 방패다.

첫 번째 자리: 방

헤드폰이 처음 나오는 곳은 그레첸의 방이다. 그레첸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쓰고 베이스를 치며 노래한다. 영화를 위해 따로 만든 곡이라고 한다. 미국에 두고 온 밴드가 그레첸에게는 있다. 알마가 문밖에서 그것을 본다. 그레첸은 자기 소리 안에 있고 알마는 복도의 소리 안에 있다. 그때 발작이 온다. 알마의 발작이다. 그레첸이 숲의 소리를 얼마나 들었는지 영화는 분명히 말하지 않는다. 적어도 헤드폰은 쓰고 있었다. 그리고 발작하는 알마에게 얼굴을 긁힌다.

처음 보면 이건 그냥 십대의 방이다. 문을 닫고 음악을 크게 듣는 것은 세계 공통의 가출 연습이다. 나도 그 나이에 이불 속에서 라디오를 들었다. 내 경우 가출은 연습에서 끝났다. 그런데 영화는 이 방에서 두 가지를 심어 둔다. 헤드폰을 쓴 사람은 바깥 소리에서 멀다는 것. 그리고 헤드폰을 쓴 사람은 문밖의 동생을 늦게 본다는 것. 안전과 늦음이 같은 물건에서 나온다.

쿠쿠 스틸컷

두 번째 자리: 길

두 번째는 밤길이다. 쾨니그는 열 시 넘어 혼자 있지 말라고 전화했고, 그레첸은 자전거를 타고 나간다. 귀에는 헤드폰이다. 가로등 아래 그림자가 하나 더 생긴다. 코트에 선글라스를 쓴 여자가 뛰어온다. 여자는 소리를 지른다. 보는 우리는 듣는다. 그레첸은 듣지 못한다. 그래서 되감기지 않고, 그래서 계속 페달을 밟는다. 그레첸은 병원 문에 부딪치며 멈춘다.

여기서 농담을 하나 해야 공평하다. 공포영화에서 헤드폰을 쓰고 밤길을 달리는 주인공은 보통 먼저 죽는 쪽이다. 이 영화는 그 상식을 뒤집는다. 헤드폰이 없었으면 그레첸은 그 자리에서 몇 초를 반복하다 잡혔을 것이다. 안 듣는 것이 사는 길이었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다. 그레첸은 자기가 본 것을 말하고, 경찰은 장난으로 적고, 아빠는 믿지 않는다. 듣지 않아서 살았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그레첸을 듣지 않는다. 내 헤드폰은 벗을 수 있지만 남의 헤드폰은 벗길 수 없다. 이것이 이 영화의 어른들이 하나같이 쓰고 있는 물건이다.

세 번째 자리: 도서관

세 번째는 병원 도서관이다. 그 사이 사정은 세 줄로 건너뛴다. 쾨니그는 뻐꾸기처럼 사람의 몸에 새끼를 맡기는 종족을 보존하고 있다고 말하고, 알마가 그 종족의 아이이며 코트 입은 여자가 알마의 어미라는 것이 드러나고, 전직 경찰 헨리는 어미와 알마를 모두 죽이려 한다. 그레첸은 헨리를 칼로 찌른 뒤 어미와 마주한다. 서가가 넘어져 어미가 깔린다. 그레첸은 이번에는 알고서 헤드폰을 쓴다. 소리를 막은 채 어미의 목을 찌른다.

첫 번째 헤드폰은 우연이었고 두 번째도 반쯤 우연이었다. 세 번째는 선택이다. 같은 물건이 세 번 나오는 동안 주인이 그 물건의 쓸모를 배우는 것, 이것이 이 영화가 성장이라는 말 없이 성장을 보여 주는 방식이다. 다만 배운 쓸모가 「남의 소리를 막는 법」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어미는 소리로 새끼를 부르는 존재다. 그 소리를 막는 것은 그 존재를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레첸은 그렇게 했다. 나는 그 장면에서 그레첸을 응원했고, 응원하는 자기 자신이 조금 수상했다.

쿠쿠 포스터

네 번째 자리: 손

그런데 영화는 헤드폰으로 끝내지 않는다. 쾨니그와 헨리가 서로 총을 겨누고 선 사이에서, 알마가 그레첸의 귀를 두 손으로 막는다. 그리고 소리를 낸다. 어미가 내던 그 소리다. 남자 둘이 멈춘다. 그 직전에 그레첸은 수어로 알마에게 전한다. 엄마가 네 메시지를 들었고 고맙다고 했다고. 알마는 전에, 언니가 죽은 엄마의 자동응답기에 전화하는 걸 보고 거기에 언니한테 연락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었다. 들었다는 말 한 번, 귀를 막아 주는 손 한 번. 그 둘이 자매를 만든다.

여기서 내 해석을 한 번 의심한다. 헤드폰 하나로 영화를 다 읽었다고 하면 영화 쪽이 억울할 것이다. 감독은 아마 소리로 사람을 멈추는 설정을 만들고 나서, 주인공이 멈추지 않을 핑계가 하나 필요했을 것이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가장 값싼 핑계다. 그렇다. 핑계였을 것이다. 그런데 좋은 핑계는 세 번 쓰이면 뜻이 된다. 세 번째에 그레첸이 헤드폰을 올리는 손과, 네 번째에 알마가 언니의 귀를 막는 손은 같은 동작이다. 하나는 자기를 지키고 하나는 남을 지킨다. 영화는 둘 중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두 번째 손이 없으면 첫 번째 손은 그냥 문패다. 「부재중」.

추신. 이 리조트에는 카세트테이프 자동응답기와 쇠 열쇠가 있고, 그 옆에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 있다. 육십 년대에 한 번 결정된 뒤 안을 고치지 않은 호텔이라고 감독은 말했다. 그 호텔에서 헤드폰은 새것이다. 새것을 쓴 사람만 그 호텔의 소리에서 벗어난다. 이것이 공동체에 대한 농담인지 경고인지 나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러는 동안 내일도 지하철에서 헤드폰을 쓸 것이다. 음악은 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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