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4

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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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집, 둥지, 수영장이었던 방

지도대장· 2026. 10. 25.· 2,765자

왜 이 가족은 유리집에 사는 걸까? 「쿠쿠」를 보고 나서 제일 오래 남은 질문이 이것이었다. 무서운 장면은 따로 있는데, 머리에 남은 것은 벽이 유리인 집이다.

사정을 먼저 적는다. 열일곱 그레첸은 엄마를 잃고 아빠 루이스, 새엄마 베스, 말을 하지 않는 이복동생 알마와 함께 미국에서 독일 바바리아의 산속 리조트 알프샤텐으로 온다. 아빠와 새엄마는 건축가다. 리조트 주인 쾨니그가 짓는 새 건물을 설계하러 왔다. 가족에게는 리조트 안의 집이 주어지고 그레첸에게는 프런트 일이 주어진다. 이 영화의 공간은 크게 셋이다. 가족이 사는 유리집, 쾨니그의 호텔과 그 부속 오두막, 그리고 병원. 하나씩 둘러본다.

공간 1 — 유리집

가족의 집은 벽 대신 큰 유리창을 두른 단층집이다. 감독은 이 집을 찾느라, 미국 서부의 유리집으로 이름난 건축가가 독일어권에 지은 몇 채 가운데 한 채를 골랐다고 밝혔다. 그가 원한 것은 수족관이었다. 안에 있는 사람이 밖을 보고, 밖에서도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집. 그리고 큰 창을 일부러 숲 쪽으로 두어 어느 장면에서나 숲이 함께 찍히게 했다고 했다.

수족관이라는 말을 우리 식으로 바꾸면 이렇다. 횟집 앞 물탱크, 동물원의 유리 우리, 지하철역 광고판 안의 마네킹. 셋 다 안에 든 쪽은 자기가 보이고 있다는 걸 반쯤만 안다. 이 집에서 알마의 첫 발작이 일어난다. 밖에서는 숲이 들여다본다. 영화 뒤에 가면 그 숲에서 무엇이 나오는지 알게 된다.

여기서 가설 하나. 유리집은 가족을 보호하지 않고 전시한다. 절반만 맞다. 집은 리조트 안에 있고 아마 쾨니그의 것일 것이다. 전시는 가족의 선택이 아니라 집주인의 배치다. 건축가 부부는 남이 지은 유리 상자 안에 들어가 남의 건물을 그린다. 그 건물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모른 채.

쿠쿠 스틸컷

공간 2 — 호텔과 분홍 오두막

호텔 알프샤텐은 산속에 있다. 로비는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로 채워져 있고 손님은 쇠 열쇠를 받는다. 감독은 이 호텔을 「육십 년대에 한 번 결정된 뒤 안을 한 번도 고치지 않은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벽에 몇 센티미터의 먼지와 니코틴과 때가 앉은 곳. 손님은 적다. 있는 손님은 로비를 서성이다가 토한다. 호텔은 일찍 닫고, 직원은 어두워진 뒤 밖에 나갈 수 없다. 그레첸은 그 규칙을 어기고 자전거로 집에 가다가 코트와 선글라스 차림의 여자에게 쫓긴다.

호텔에는 커플용 오두막이 있다. 분홍색이고, 영화 속 이름은 연인의 둥지다. 전직 경찰 헨리의 아내가 이 리조트에 묵다가 죽었다. 그레첸과 헨리가 그 오두막을 지켜보는 밤, 동료 트릭시가 경찰관과 함께 들어가고, 숲에서 나온 코트 입은 여자가 손에 점액을 든 채 정신을 잃은 트릭시 쪽으로 기어간다. 헨리가 총을 쏘자 여자는 달아난다.

둥지라는 이름은 농담이 아니다. 쾨니그는 나중에 설명한다. 뻐꾸기처럼 다른 종의 몸에 새끼를 맡기는 종족이 있고, 자신은 그 종족을 보존하고 있으며, 이 리조트는 그 새끼를 품을 부부를 불러들이는 곳이라고. 루이스와 베스도 신혼여행으로 여기 왔고 알마는 그때 생겼다. 그러니까 이 호텔은 손님을 위한 집이 아니다. 손님을 통해 무언가를 기르기 위한 집이다. 공간으로 보면 로비에서 토하는 여자들과 분홍 오두막은 같은 장치의 앞면과 뒷면이다. 감독은 오두막 안을 창고에 따로 지었고, 실내에 분홍을 깔아 둥지와 자궁을 섞은 느낌을 노렸다고 말했다.

이 호텔이 손님을 붙잡는 공간이라는 내 말도 반만 맞다. 그레첸에게 이 호텔은 둥지가 아니라 출근하는 곳이다. 밤이 되면 나가야 하는 곳. 둥지는 머무는 사람에게만 둥지다.

쿠쿠 포스터

공간 3 — 수영장이었던 방, 그리고 병원

바뀐 공간이 하나 있다. 쾨니그는 그레첸을 기차역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우고는 다른 집으로 간다. 그레첸은 수영장이었던 방에 갇힌다. 수영장을 침실로 바꾼 곳이다. 쾨니그는 스피커로 자기 일을 설명한다. 물을 빼고 침대를 넣은 자리에 사람을 넣고 밖에서 말을 건다. 수족관의 다른 판본이다. 유리집에서는 숲이 들여다봤고, 여기서는 목소리가 들어온다. 그 방에서 종족의 어린 개체가 그레첸을 덮치고, 쾨니그의 플루트 소리에 멈춘다. 헨리가 들이닥쳐 쾨니그를 쏘고 어린 개체를 죽인다.

마지막은 병원이다. 병원 문에는 쇠살이 있다. 그레첸은 이 영화에서 병원에 두 번 간다. 한 번은 자전거로 도망쳐 문에 부딪치면서, 한 번은 차 사고 뒤에. 감독은 이 영화의 시설을 「카펫 바닥에 형광등이 켜진, 차갑고 억누르는 기관」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쾨니그는 알마를 어미와 가까이 두는 검사를 이 병원에서 하려 하고, 결말의 싸움은 병원 도서관에서 벌어진다. 서가가 넘어지고, 그 아래에서 어미가 죽고, 알마가 그레첸의 귀를 막고 소리를 내어 두 남자를 멈춘다. 총소리가 두 번 난다.

세 공간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유리집은 밖에서 안을 본다. 호텔과 오두막은 안에서 무언가를 기른다. 병원은 가둔다. 셋 다 쾨니그의 손이 닿는 곳이고, 셋 다 숲을 등지고 있다. 그리고 그 산은 실제로 거기 없었다. 감독은 산 풍경을 따로 찍어 뒤에 합성했다고 했고, 호텔과 병원은 영국 공군이 버리고 간 기지에서 찍었다고 했다. 그 땅은 이미 풀이 되찾은 상태였다. 미국 사람이 생각하는 독일, 그러니까 산과 전나무의 바바리아를 일부러 가져왔다고도 했다. 이 리조트는 어느 쪽에서 봐도 세트다. 세트인 줄 모르는 사람만 둥지에 눌러앉는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왜 유리집인가. 나는 이제 이렇게 답한다. 들여다보는 쪽과 보이는 쪽을 처음부터 정해 두기 위해서다. 그레첸은 그 집에서 나와 셋이 탄 차에 오른다. 어디로 가는지 영화는 보여 주지 않는다. 다만 더는 유리 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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