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5)
살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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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목지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123개에 있어요.
못난 고백부터 한다. 나는 겁이 나면 일을 넘긴다. 하기 싫은 전화, 가기 싫은 자리, 열어 보기 무서운 봉투 같은 것들을 「네가 더 잘하잖아」라는 말로 포장해서 남에게 밀어 둔 게 몇 번인지 세고 싶지 않다. 고백은 여기까지다. 아무튼 「살목지」를 봤다. 로드뷰 서비스 회사의 PD 수인이 지도 화면에 찍힌 적 없는 형체 때문에 저수지 재촬영 지시를 받고 팀을 꾸려 가는 공포영화다. 2026년 4월에 나왔고 95분이다. 귀신이 나오고 사람이 하나씩 물에 닿는다. 그런데 나는 귀신보다 수인이 거기 다시 간 이유에 더 오래 걸렸다. 영…

저수지 입구에 사시는 분께. 이름을 모릅니다. 영화는 끝까지 당신을 노파라고만 부릅니다. 당신은 차가 돌탑을 넘어뜨린 공터에 처음 나타나 그걸 부수면 어쩌느냐고 했고, 다시 쌓으려는 사람들에게 쌓기 전에 먼저 빌라고 했습니다. 거긴 살아서는 못 나온다고, 정 나가고 싶으면 빌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대충 쌓고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당신은 수인에게 물에서 죽을 뻔한 사람이 잘도 여기 왔다고도 했습니다. 그 뒤로 당신은 한 번 더 나옵니다. 기태가 당신 집을 찾아갔을 때 당신은 방에서 밀려 넘어지듯 나왔고, 방 안에서는 사람 …

503. 2018년 봄에 나온 「곤지암」의 끝에서 밝혀지는 숫자다. 폐병원 생중계를 보고 있다고 리더가 믿었던 시청자 백만 명은 없었고, 실제로 보고 있던 사람은 오백 명 남짓이었다. 그 영화의 공포는 마지막에 이 숫자 하나로 방향을 바꾼다. 귀신보다 먼저 들통나는 것은 사람의 셈이다. 「살목지」를 보고 나서 이 숫자가 떠올랐다. 두 영화는 멀리서 보면 같은 영화다. 카메라를 든 젊은 사람들이 괴담이 붙은 장소로 간다. 장비가 먼저 이상을 감지하고, 사람이 하나씩 사라지고, 마지막에 남은 사람도 온전하지 않다. 배급사가 같고, 벽면…

먼저 묻겠다. 주말에 상사한테서 전화가 와서, 지도 서비스 화면에 이상한 것이 찍혔으니 오늘 안으로 저수지에 가서 다시 찍어 올리라는 지시를 받으신 분들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나는 전화기를 뒤집어 놓고 자는 쪽이다. 그런데 「살목지」의 수인 PD는 간다. 간다는 것까지는 좋다. 공포영화는 누군가 가야 시작되기 때문이다. 다만 가는 길에 쌓이는 것이 공포만이 아니라 민원도 함께였던 것이다. 이 영화는 로드뷰 서비스 회사 온로드미디어의 촬영팀이 충남의 한 저수지로 가는 이야기다. 재촬영을 맡은 PD 수인, 로드뷰 촬영 업체를 꾸리는 경…

고백하건대 나는 이 영화에서 귀신보다 돌을 더 오래 봤다. 수면에 떠오르는 것, 숲과 분간이 안 되는 것, 소리로만 있는 것. 그런 것들이 95분 동안 부지런히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이 내 눈은 자꾸 화면 구석의 돌탑으로 갔다. 돌 몇 개를 포개 놓은 것. 어느 산길에나 있고 누구나 하나쯤 쌓아 본 그 물건이 이 영화에서는 첫 장면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살목지」는 로드뷰 서비스 회사의 촬영팀 일곱 명이 저수지로 가는 이야기다. 로드뷰 화면에 찍은 적 없는 형체가 잡혔고, 당일 안으로 재촬영을 끝내라는 지시가 떨어졌고, PD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