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0)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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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78개에 있어요.
제목에 악마가 들어가면 일단 의심부터 해요. 악마 탓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 탓은 안 하게 되거든. 그게 편하잖아. 나쁜 일은 다 악마가 했고 우리는 당했고, 그러면 아무도 책임질 게 없어요. 그래서 별 기대 없이 봤어요. 두 시간 십팔 분이라길래 그것도 좀 길다 싶었고. 그런데 이 영화는 그걸 안 하더라고. 악마가 안 나와요.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가 나오고, 그 남자 아들이 나오고, 설교하는 사람 둘, 보안관 하나, 사진 찍는 부부 하나가 나와요. 1945년부터 60년대 중반까지, 오하이오하고 웨스트버지니아 시골을 왔다 갔다 해요.…

나는 사진을 지우지 못한다. 휴대전화에 사진이 만 장 넘게 들어 있다. 흔들린 사진, 같은 찌개 세 장, 바닥만 찍힌 사진, 누군지 모를 사람의 뒤통수, 주차한 자리, 영수증. 지우려고 앨범을 열면 결국 한 장도 못 지우고 닫는다. 이것은 추억이 아니다. 추억이라면 가끔 들여다보기라도 할 것이다. 그러니 이것은 그저 증거다. 무엇의 증거인지는 나도 모른다. 내가 거기 있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그런 내게 이 영화는 사진에 관한 영화로 보였다. 2020년 가을 넷플릭스가 공개한 두 시간 십팔 분짜리 영화다. 안토니오 캄포스가 동생 파…

헌신은 아무것도 지켜 주지 않는다. 세상 대부분의 기도가 그렇게 끝난다. 2020년에 넷플릭스가 내놓은 영화다. 안토니오 캄포스가 연출했고, 도널드 레이 폴록의 소설이 원작이며, 소설가가 직접 내레이션을 맡았다. 138분이다. 전쟁이 끝난 1945년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오하이오의 노컴스티프와 웨스트버지니아의 콜크리크를 오간다. 전쟁터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병사를 보고 돌아온 윌러드 러셀은 식당에서 일하던 샬럿을 만나 결혼하고, 숲에 십자가를 세우고 쓰러진 나무를 기도 자리로 삼는다. 아내 샬럿이 암에 걸리자 아들의 개를 죽여 …

먼저 밝혀 두자면 나는 작별 인사를 못한다. 모임이 끝날 때쯤 화장실 가는 척 일어나서 그대로 집에 간다. 다음 날 '어제 갔어?' 하는 문자가 오면 그제야 미안하다고 보낸다. 그게 다다. 아무튼 이 영화를 봤다. 두 시간 십팔 분이다. 전쟁터에서 십자가에 매달린 병사를 보고 돌아온 아버지가 오하이오 시골 숲에 십자가를 세우고, 쓰러진 나무를 기도 자리로 삼고, 아들을 매일 거기 무릎 꿇린다. 아내가 암에 걸리자 아들의 개를 죽여서 거기 바친다. 아내는 죽고, 아버지는 그 십자가 밑에서 목을 긋는다. 아홉 살짜리가 아버지를 찾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