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6
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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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이야기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가
결혼식에 가면 나는 축사를 받아 적는다. 남의 결혼식에서 달리 할 일이 없어 생긴 버릇이다. 받아 적다 보면 축사라는 것이 대체로 같은 틀로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신부는 어려서부터 심지가 곧았고, 신랑은 한번 마음먹으면 끝을 보는 사람이며,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준다. 세상에 심지가 곧지 않은 신부가 있었던가. 끝을 보지 않는 신랑이 있었던가. 서로의 부족함을 파내는 부부는 없었던가. 축사는 사실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 사람을 삼 분 안에 요약해도 좋다고 모두가 합의한 자리다. 그 합의 덕에 결혼식은 끝까지 진행된다.
그런 내게 「더 드라마」는 축사가 세 번 나오는 영화였다. 세 번 다 틀린다. 틀리는 방식이 다 다르다. 이 영화는 비밀이 들통나는 영화가 아니라, 한 사람을 설명하려는 이야기들이 차례로 무너지는 영화다. 설명되는 쪽은 신부 엠마다. 무너지는 쪽은 주로 신랑 찰리다.
보스턴의 카페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다. 여자가 읽는 책을 자기도 읽었다고 한다. 읽지 않았다. 여자는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그 말을 못 듣고, 남자는 무시당한 줄 알고 물러났다가 사과하러 돌아온다. 이 년이 지난다. 결혼식은 일주일 앞이다. 네 사람이 예식장 시식 자리에 앉는다. 신랑 찰리, 신부 엠마, 신랑 친구 마이크, 그 아내이자 신부 들러리 레이첼. 결혼식 DJ가 길에서 약을 하는 것을 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를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다 게임이 시작된다. 살면서 한 가장 나쁜 일을 말하기. 마이크는 개가 덤벼들 때 당시 여자친구를 방패로 썼다. 찰리는 열네댓 살에 누군가를 인터넷에서 괴롭힌 것 같은데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난다. 레이첼은 어릴 때 이웃 아이를 버려진 트레일러의 벽장에 가두고 집으로 달아났다. 엠마는 열다섯에 학교에서 총을 쏘려고 계획했다. 하지는 않았다.
나는 레이첼의 고백 앞에서 오래 멈췄다. 아이는 어둠 속에서 소리치며 꺼내 달라고 했다. 다음 날 수색대가 꾸려졌고, 아이의 아버지가 찾아와 물었고, 어린 레이첼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의 레이첼은 그 이야기를 이렇게 끝낸다.
걔는 찾았어.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 일은 나한테 돌아오지 않았어.
우스운 일화로 말한다. 식탁의 누구도 그 말을 붙들지 않는다. 곧 엠마의 차례가 오고, 식탁은 엠마의 이야기로 얼어붙기 때문이다. 영화는 네 고백을 공포가 차오르는 순서로 쌓아 놓아서, 관객 역시 레이첼의 벽장을 붙들 틈이 없다. 가장 나쁜 일을 겨루는 자리에서 이긴 사람은 한 명뿐이고, 나머지는 자동으로 심판석에 앉는다. 레이첼은 그날부로 엠마를 심판한다. 사촌이 총격으로 다쳐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벽장 이야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본인이 그렇게 말했다.

찰리는 심판하지 않는다. 설명하려 한다. 그게 더 오래 걸린다. 그는 엠마에게 프로이트를 인용한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죽지 않는다. 산 채로 묻혔다가 나중에 더 추한 모습으로 올라온다.
그는 원인을 찾는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설명되고, 설명이 되면 관리가 된다. 엠마가 어릴 때 이웃이 교통사고로 죽은 일이 있었다. 엠마는 그 자리에 없었고, 그 일이 자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찰리는 그것을 집어 올려 뿌리로 만든다. 친구들에게는 확정된 사실처럼 전하고, 레이첼에게는 엠마가 어릴 때 사고를 목격했다고 말해 버린다. 엠마가 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는 말을 혼잣말처럼 되뇐다. 영화가 보여 주는 열다섯의 엠마는 그 설명과 맞지 않는다. 루이지애나의 백인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외로운 아이. 인터넷에서 폭력을 팬덤처럼 소비하는 또래 모임에 빠진 아이. 아버지의 소총을 들고 위협적인 영상을 찍어 보려다 윈도 업데이트와 파란 화면에 가로막히는 아이. 그러다 근처 쇼핑몰에서 진짜 총격이 일어나 같은 반 아이가 죽고, 그 애도의 물결 속에서 학생 모임에 끌려 들어가 처음으로 친구를 얻는 아이. 소총은 호수에 던져진다. 결심이라기보다 나쁜 꿈의 마지막 장면처럼. 원인은 없고 과정만 있다. 찰리가 원하는 것은 과정이 아니다.

그리고 결혼식이다. 축사가 세 번 나온다. 첫째는 아버지의 축사다. 군인이었던 아버지는 딸이 어려서부터 총기 폭력에 반대하는 열정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것을 군인 아버지에 대한 사춘기의 반항으로 풀이한다. 딸이 자기 소총을 버린 것도 신념의 행동으로 기억한다. 거의 다 틀렸다. 그러나 그것이 그가 딸을 이해하기 위해 가진 유일한 이야기다. 엠마의 얼굴이 굳는다. 식은 계속된다. 둘째는 레이첼의 축사다. 취해서 한다. 신부의 정직하지 못함을 축하의 문장 사이에 끼워 넣는다. 벽장에 아이를 가둔 사람이 정직을 말한다. 식은 계속된다. 셋째는 찰리의 축사다. 그 사이 그는 직장 동료 미샤에게 고민을 털어놓다가 입을 맞췄고, 미샤는 피로연에서 누군가의 총격 계획 이야기를 꺼냈고, 엠마는 그것을 자기 이야기로 알아듣고 미샤에게 따지고, 미샤는 그것을 입맞춤 이야기로 알아듣고 찰리를 탓한다. 서로 다른 비밀이 같은 복도에서 부딪힌다. 찰리는 단상에서 바람을 사과한다. 그러고는 하객들에게 엠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변호다. 변호이면서 폭로다. 미샤의 남자친구가 찰리를 들이받고, 턱시도에 피가 묻고, 엠마는 식장을 나간다. 식은 여기서 멈춘다. 예식은 이미 치른 뒤였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야기를 갖고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어느 부분을 빼기로 했다는 뜻이다. 뺀 부분이 돌아오면 이야기는 고장 난다. 아버지는 고장 난 줄 모른다. 레이첼은 남의 고장만 본다. 찰리는 고장 난 자리에 새 부품을 끼우려고 프로이트를 부른다. 셋 중 누구의 이야기도 엠마와 같지 않다. 엠마 자신의 이야기도 아마 엠마와 같지 않을 것이다. 열다섯의 자기를 설명하라는 요구 앞에서 엠마는 따돌림을 말하지만, 그 말은 번번이 끊긴다. 영화는 끊긴 자리를 메워 주지 않는다. 이것은 비밀을 숨긴 영화가 아니라 설명을 끝내 주지 않는 영화다.
그러나 틀린 이야기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아버지는 틀린 딸을 사랑한다. 그 사랑은 진짜다. 우리 대부분은 누군가의 틀린 축사 속에서 평생을 산다. 부모가 아는 나, 회사가 아는 나, 동창회가 아는 나, 그리고 내 이력서가 아는 나. 그 넷이 한 사람일 리 없다. 그래도 그 이야기들은 작동한다. 작동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찰리의 문제는 틀린 이야기를 가진 것이 아니라, 맞는 이야기를 요구한 것이다. 맞는 이야기를 요구하는 순간 사람은 설명 가능한 것으로 축소되거나, 설명 불가능한 괴물로 확대된다. 둘 다 결혼 상대로는 곤란하다.
DJ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네 사람이 가장 나쁜 일을 겨루기 직전, 그들은 DJ가 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로 다툰다. 그런 사람을 식에 세울 수 있는가. 나중에 당사자는 아니라고 한다. 영화는 어느 쪽이 맞는지 알려 주지 않는다. 그러니 네 사람은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하나로 남의 일자리를 재단한 뒤, 곧바로 자기들의 가장 나쁜 일을 꺼낸 셈이다. 레이첼은 벽장을 가볍게 넘기고 엠마의 계획은 무겁게 받는다. 찰리는 이 나라에서 총격이 날마다 일어나는데 아이들이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느냐고 변호하다가, 며칠 뒤 동료에게 입을 맞춘다. 나쁨의 저울은 사람마다 눈금이 다르고, 자기 쪽 눈금은 늘 작게 찍혀 있다. 이것은 미국의 총기 이야기로 읽어도 되고, 우리 동네 단체대화방의 이야기로 읽어도 된다. 어느 쪽이 맞는지 나는 모른다.
마지막 장면은 식당이다. 두 사람이 자주 가던 곳. 피 묻은 턱시도의 찰리가 먼저 앉아 있고, 엠마가 드레스 위에 주황색 패딩을 걸치고 비에 젖은 채 들어온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난 사람처럼 서로 이름을 말한다. 눈물 자국 위로 웃는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알게 된 것을 모르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 그런데도 처음부터 다시 쓰자고 한다. 틀릴 것을 알면서 새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그것 말고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영화는 알지 못하고, 나도 알지 못한다.
집에 와서 받아 적은 축사 공책을 넘겨 보았다. 어느 결혼식의 신부도 심지가 곧았고 어느 신랑도 끝을 보는 사람이었다. 틀린 문장들이다. 그 틀린 문장 위에서 그들은 지금도 살고 있다. 다음 결혼식에도 나는 받아 적을 것이다. 틀린 줄 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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