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26)
더 드라마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더 드라마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129개에 있어요.
결혼식에 가면 나는 축사를 받아 적는다. 남의 결혼식에서 달리 할 일이 없어 생긴 버릇이다. 받아 적다 보면 축사라는 것이 대체로 같은 틀로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신부는 어려서부터 심지가 곧았고, 신랑은 한번 마음먹으면 끝을 보는 사람이며,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 준다. 세상에 심지가 곧지 않은 신부가 있었던가. 끝을 보지 않는 신랑이 있었던가. 서로의 부족함을 파내는 부부는 없었던가. 축사는 사실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다. 한 사람을 삼 분 안에 요약해도 좋다고 모두가 합의한 자리다. 그 합의 덕에 결혼식은 끝까지 …

고백하건대 나는 거짓말로 시작하는 연애담을 몹시 좋아한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기계는 첫 만남에서 누군가 한 번 속이고 들어가야 비로소 돌아가는 법이고, 그 거짓말이 작을수록 나중에 치를 값은 커진다. 그러니 영화가 사랑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맨 처음 내미는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 귀 하나라면, 나는 자세를 고쳐 앉지 않을 도리가 없다. 「더 드라마」는 첫 화면에서 계약서를 내민다. 화면은 여자의 귀를 바로 옆에서 비추고, 음악은 소리를 죽인다. 보스턴의 카페, 영국에서 온 미술관 큐레이터 찰리가 책을 읽는 엠마에게 그 책을 아는 척 말…

먼저 밝혀 두자면 나는 사진을 못 찍는다. 찍는 쪽이 아니라 찍히는 쪽 얘기다. 누가 "웃으세요" 하면 그 순간 얼굴이 굳어서, 친구 결혼식 단체 사진마다 나만 증명사진처럼 나온다. 웃는 게 아니라 웃음을 신고하는 얼굴이다. 아무튼 「더 드라마」를 봤다. 결혼을 일주일 앞둔 신랑이 친구랑 축사를 쓰면서 첫 만남을 떠올리는 걸로 시작한다. 보스턴 카페. 영국에서 온 미술관 큐레이터가 책 읽는 여자한테 말을 건다. 여자는 대답이 없다. 한쪽 귀가 안 들려서 못 들은 건데, 이 남자는 무시당한 줄 알고 자리로 도망갔다가 사과하러 다시 온…

이분께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그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오래 혼자 들고 계셨을까요. 영화 「더 드라마」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엠마와 찰리의 이야기입니다. 보스턴의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은 이 년을 사귀고 식을 올리기로 해요. 그런데 들러리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살면서 한 가장 나쁜 일'을 하나씩 말하는 놀이가 시작되고, 엠마의 차례에서 모든 것이 멈춥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비밀이 들통난 신부의 이야기로 보실 거예요. 그런데요,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저는 이분이 그 자리에서 비밀을 들킨 게 아니라, 스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책 한 권 때문에 봤다. 영화에 없는 책, 아니 영화에만 있는 책. 「더 데미지」, 하퍼 엘리슨 지음. 세상에 없는 소설이다. 보스턴의 카페에서 엠마가 읽고 있던 책이고, 찰리가 몰래 검색해서 읽은 척한 책이다. 크리스토퍼 보글리가 쓰고 찍고 아리 애스터가 제작한 이 영화는 올해 4월에 미국에서, 9월에 한국에서 개봉했고, 결혼식 일주일 전 커플 이야기라고들 하는데, 나는 한 시간 사십 분 내내 그 책이 어떤 책인지만 궁금했다. 주인공이 누군지, 왜 거울이 나오는지, 그 여자는 결국 죽는지. 첫 만남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