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6)
타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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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241개에 있어요.
나는 영수증을 버리지 못한다. 지갑에 접어 넣어 두었다가 반년쯤 뒤에 발견한다. 이미 나간 돈인데 종이를 쥐고 있으면 조금 덜 나간 것 같다. 아까운 것은 돈이 아니다. 아까워했던 시간이 아깝다. 그 시간이 아까워서 또 쥐고 있는다. 그런 내게 한 사내가 손가락 하나를 치켜든다. 「타짜」는 돈을 잃는 사람들의 영화가 아니라, 잃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영화다. 건달로 시작해 사업가가 된 남자가 있다. 곽철용이다. 십억이 걸린 판에서 패가 어그러진다. 파투. 물러설 자리가 생긴다. 그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가 하는 말은 다…

이분께 먼저 이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한 번도 마음 놓고 앉아 계셨던 적이 없으셨겠구나, 싶었습니다. 「타짜」에서 정 마담이라고 불리는 분입니다. 술집을 하면서 화투판을 열고, 누가 어느 자리에 앉을지를 정하는 분이에요. 많은 분들이 이분을 돈이면 뭐든 하는 사람이라고 보실 거예요. 그렇게 보일 만한 일을 하신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이분이 무엇을 하시는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으시는지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이분의 행동을 한번 볼게요. 이분은 판을 짜십니다. 누구를 부를지, 누구를 누구 앞에 앉힐지를 정하세요. 그리고 이…

타짜를 봤다. 화투는 민화투도 모른다. 패가 도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는 거의 못 따라갔다. 그런데 끝나고 남은 사람은 고광렬이었다. 돈 잃은 청년이 타짜가 되고, 스승이 죽고, 판이 커지고, 배 위에서 끝난다. 중간에 고광렬이 붙는다. 붙어서 전국을 돌고, 같이 따고, 같이 튄다. 주인공은 영화 내내 변하는데 이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고광렬은 판에 앉으면 입을 안 쉰다. 패를 보는 게 아니라 사람을 본다. 계속 떠들어서 상대 속을 긁고, 긁어서 흔든다. "무서우면 죽으시든가" 같은 말을 …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화투 영화로 못 봤다. 자전거 영화로 봤다. 전설의 타짜라는 평경장이 길을 걸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흰 양복을 쫙 빼입고 챙 넓은 모자까지 눌러쓴 사람이 손으로 끌고 가는 게 자전거인 것이다. 빨간 자전거. 핸들에 은색 종 달리고 앞에 가방 하나 매달린, 동네 세탁소에서 옷 배달 나갈 때 끌고 나올 법한 그 자전거. 나는 거기서부터 영화가 안 보이기 시작했다. 내 안의 무언가가 '저건 그냥 둔 게 아니다, 저건 설정이다, 저 자전거엔 분명 뜻이 있다'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양복은 흰색이고 모자는 …

질문에서 시작하겠다. 「타짜」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개 패를 기억한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지탱하는 것이 패가 아니라 패를 다루는 방식, 더 정확히는 패를 혼자 두지 않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다시 묻겠다. 이 영화는 무엇을 보여 주지 않기로 했는가. 첫 번째 질문. 영화는 고니가 잃는 장면으로 열린다.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삼 년 동안 모은 돈이 짜인 판에서 한번에 사라진다. 당신은 여기서 그가 무엇에 어떻게 속았는지를 또렷하게 보여 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화투패를 혼자 화면에 두지 않는다. 카메라는 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