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25

분노의 추격

작품 페이지에서 댓글 반응 보기 →

귀 영화에 민원 다섯 건을 접수합니다

예민한책장· 2026. 10. 29.· 2,324자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 먼저 양해를 구한다. 나는 《분노의 추격》을 아주 재미있게 봤고, 그래서 민원을 넣는다. 재미없는 영화에는 민원을 넣지 않는다. 그냥 끈다. 민원이란 앞으로도 거래를 이어 갈 상대에게나 쓰는 것이라 하겠다.

민원인은 액션 영화의 뻔한 수순을 대체로 외고 있는 사람이고, 이 영화는 그 수순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성실히 따랐다. 그 성실함에 경의를 표하면서, 아래와 같이 다섯 건을 접수한다.

민원 1 · 동맹 절차 지연

말을 못하는 수리공 왕웨이 님과 아내를 찾는 기자 나빈 님은 조직이 운영하는 격투 클럽 뒷방에서 처음 만나, 서로를 적으로 알고 한참을 싸운 뒤에야 같은 편이 되신다. 보는 사람은 두 분이 포스터에 나란히 서 계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니 그 싸움은 결과가 정해진 경기이고, 한 평은 이 대목이 불필요하게 길다고 적었다. 민원인은 이것을 「동선 설계 오류」로 분류한다. 시정 요청: 다음 편에서는 명함부터 교환하시기 바란다. 싸움은 그 뒤에 하셔도 늦지 않다.

민원 2 · 치안 행정 부재

이 도시의 경찰은 조직의 우두머리 파클룽 님과 손을 잡고 있어, 아이가 트럭에 실려 가도 수사를 덮는다. 서장은 끝까지 조직 편이고, 상관의 지시를 어기고 출동하는 경사 야동 님 한 분이 영화 막바지에야 나타나신다. 썩은 경찰 한 명에 양심 경찰 한 명. 이 배분은 장르의 표준 규격이라 하겠다. 다만 민원인은 묻고 싶다. 그 경사께서는 앞의 한 시간 동안 어디 계셨는가. 영화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 해명이 없다. 시정 요청: 양심 경찰의 출근 시간을 앞당겨 주시기 바란다.

분노의 추격 스틸컷

민원 3 · 정보 관리 소홀

격투 클럽을 맡은 송 님은 얼음 공장에서 두 분께 두들겨 맞고 나서, 아이들이 「뱀 구덩이」라는 곳에 있다는 것과 나빈 님의 아내가 이미 죽었다는 것까지 한꺼번에 불어 버리신다. 그러고 나서 두 분이 자리를 뜨자 파클룽 님과 활잡이 탁 님이 오셔서 송 님을 처리하신다. 졸개는 불고, 보스는 분 졸개를 치운다. 이것도 규격이다. 민원인이 문제 삼는 것은 송 님의 입이 너무 성실하다는 점이다. 그렇게 쉽게 말씀하실 분이면 얼음 공장에서 그 고생을 시키실 일도 없었다. 시정 요청: 비밀은 두 번에 나눠 불어 주시기 바란다. 그래야 싸움이 두 번 생긴다.

민원 4 · 음성 안내 품질

배경은 이름을 밝히지 않는 동남아의 도시인데 모든 분이 영어로 말씀하신다. 한 평은 이 영화의 대사가 번역을 몇 번 거쳐 나온 것처럼 들린다고 했고, 다른 평은 문화적 배경이 뒤섞여 있다고 했다. 민간인인 나로서는 어느 나라 말이 맞는지 알 도리가 없다. 다만 그 대사가 어색하다는 데는 대체로 뜻이 모인 듯하다. 왕웨이 님이 말을 못하는 인물인 것은 말이 액션을 방해할까 봐 그랬을 거라고 농담한 평도 있었다. 시정 요청: 차라리 모두 말을 줄이시기 바란다. 이 영화는 말을 안 할 때 가장 말이 된다.

민원 5 · 신원 미확인

왕웨이 님은 중국을 떠나 조용히 살려는 수리공이신데, 맨몸으로 달리는 트럭에 뛰어오르고 수십 명을 상대하신다. 어디서 배우셨는지 영화는 끝까지 말해 주지 않는다. 한 달 뒤 바닷가에서 딸에게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시작하시는데, 거기서 영화가 끝난다.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딸만 듣고 보는 사람은 못 듣는 것이다. 민원인은 이것을 「신원 확인 절차 누락」으로 분류한다. 시정 요청: 다음 편이 있다면 그 이야기부터 들려주시기 바란다. 없다면 이 민원은 취하한다. 궁금한 채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분노의 추격 포스터

그래도 구수한 것

왕웨이 님이 거한 호 님의 큰 해머를, 호 님의 머리로 깨신다. 아마 얼음 공장이었을 것이다. 해머 대가리가 부서진다. 그런데 그 머리의 주인이 나중에 다시 일어나 마지막 경찰서 싸움에 합류하신다. 한 평은 이 대목에서 객석의 탄식이 가장 컸다고 적었다. 민원인은 이것을 민원 사항에 넣지 않는다. 해머보다 단단한 머리는 설계 오류가 아니라 이 영화의 정신이라 하겠다. 아무튼.

답변서

귀하의 민원에 답한다. 지적하신 수순은 전부 장르의 규격이며, 본 영화는 규격을 지켜야 보시는 분들이 마음 놓고 싸움만 보실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동맹 전의 싸움은 두 배우의 기술을 나란히 보여 드리기 위한 것이고, 경찰의 부재는 주인공 두 분이 직접 움직이실 명분이며, 송의 성실한 자백은 상영시간 113분 안에 격투 클럽과 얼음 공장과 뱀 구덩이와 경찰서를 다 돌기 위한 조치였다. 대사의 품질에 관하여는 배우들이 촬영 전 한 달 반 동안 싸움 연습을 하였음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말 연습은 하지 않았다. 왕웨이의 과거에 관하여는, 모르는 편이 더 세게 보인다는 것이 본 영화의 입장이다. 이상.

민원인은 이 답변서에 대체로 승복한다. 승복하고 나서 한 번 더 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댓글

0 / 1,000

아직 댓글이 없어요. 첫 댓글을 남겨 주세요

분노의 추격의 다른 리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