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1)
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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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90개에 있어요.
이 영화를 볼까 말까 망설이는 분이 내게 몇 가지를 물었다고 치자. 실제로 물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질문이 없다고 답을 안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 내 소심한 신념이고, 그래서 혼자 묻고 혼자 답했다. 아래는 그 기록이다. 결말까지 다 말한다. 사극인가요, 무협인가요? 감독의 말로는 둘 다 아니다.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무협지풍 액션도 생각했지만 사실적인 전투를 택했다고 했고, 구로사와 아키라와 샘 페킨파의 영화를 보며 저런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고 했다. 페킨파 영화에서 높이 산 것은 선인도 악인도 없는 구…

싫은 것 한 컷부터. 사막에서 한 무리가 걷는다. 바람이 분다. 실제 모래폭풍이다. 강풍기 백 대를 돌려도 이렇게는 안 나온다는 스태프 말에 감독이 그냥 찍었다고 한다. 배우들 얼굴에 모래가 박혀 있다. 나는 이 컷에서 이 영화를 믿기로 했다. 믿은 이유를 말하려면 먼저 싫은 것을 말해야 한다. 나는 깨끗한 전쟁 사극이 싫다. 목록을 적는다. 사흘 걸었는데 다려 입은 것 같은 옷 줄에 매달려 날아다니는 칼싸움 협상 대신 고함만 지르는 적장 구출된 공주를 사이에 두고 자동으로 갈라지는 남자들 죽기 직전에 나오는 명분 연설 살아남은 한…

결론부터 쓴다. 이 영화는 주연 셋이 비운 자리를 조연들이 채우는 영화다. 채워져서 서 있다. 완전히 채워지지는 않았다. 결말까지 말할 것이다. 설정은 이렇다. 1375년 무렵, 명나라에 갔다가 간첩으로 몰린 고려 사신단이 사막에 버려지고, 호송하던 명군이 몽골 기병에게 전멸하면서 고려인 여남은 명만 남는다. 돌아가는 길에 납치된 명나라 공주를 구하고, 바닷가 폐허 토성에서 몽골군과 마지막 싸움을 한다. 이 설정에서 할 일은 둘이다. 사막을 걷는 얼굴을 보여 주는 것, 그리고 싸우는 몸을 보여 주는 것. 러닝타임은 두 시간 반이 넘…

아홉이었다. 영화가 시작할 때 사막에 남은 고려 사람의 수를 나는 그렇게 셌다. 자료마다 여덟이라고도 하고 아홉이라고도 하는데, 아마 정사와 부사까지 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테다. 어쨌든 두 자리가 안 되는 수다. 그 수가 영화가 끝날 때 하나가 된다. 이 글은 그 사이에 무슨 계산이 있었는지, 그러니까 왜 그들이 멈추지 못했는지를 개념 하나로 풀어 보려는 글이다. 결말을 다 말한다. 개념은 매몰 비용이다. 이미 써 버려서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경제학에서 나온 말이지만 설명은 일상에서 하는 편이 낫다. 세 가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