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4)
브리짓 존스의 일기2 : 열정과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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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존스의 일기2 : 열정과 애정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110개에 있어요.
여자가 일기장에 몸무게를 적었다. 담배 개비 수를 적었다. 사내와 잔 횟수를 적었다. 여자는 그 횟수를 일흔하나까지 셌다. 사내를 만난 지 여섯 주째였다. 여자는 그 날수를 시간 단위까지 셌다. 숫자가 바뀌면 여자는 그 숫자를 다시 적었다. 여자는 제 엉덩이가 볼링공 두 개만 하다고 적었다. 공책이 무릎 위에 있었다. 펜이 손에 있었다. 펜을 쥔 손이 몸을 재는 손이었다. 여자는 아침 방송국에서 먹고살았다. 방송이 여자를 비행기에 태웠다. 여자가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다. 여자가 돼지우리에 떨어졌다. 여자의 몸이 돼지의 오물 속에 …

질문에서 시작하겠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2: 열정과 애정」은 브리짓을 어디까지 찍기로 했는가. 다시 묻겠다. 이 영화는 그녀를 찍는 카메라를 어디까지 보여 주고, 어디서부터는 보여 주지 않기로 했는가.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 대해 화면 자체를 읽을 만한 자료를 나는 충분히 찾지 못했고, 그래서 카메라가 어디에 서 있었는지를 묻는 대신, 영화 안에 또 하나의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려 한다. 브리짓은 아침 방송국에서 일한다. 말하자면 그녀는 이 영화 안에서 이미 찍히는 사람인 것이다. 첫 번째 질문. …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 나는 리모컨을 집는다. 올라가는 이름들을 끝까지 읽어 본 적이 없다. 이야기는 끝났고 남은 것은 명단이다. 명단은 길고 나는 바쁘다. 그런데 가끔 궁금하다. 입맞춤 뒤에 두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저녁은 먹었을까. 누가 설거지를 했을까. 물어서는 안 되는 질문이다. 이야기는 그 질문을 막으려고 끝나는 것이니까. 그런 내게 이 영화는 그 질문을 첫 장면에서 소리 내어 묻는다. 브리짓 존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중이다. 아침 방송의 꼭지를 찍느라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렸고, 손잡이를 당기는 것을 잊을 뻔했고, 그 …

의심과 불안을 우리는 자주 같은 말처럼 쓴다. 그러나 둘은 다르다. 의심에는 대상이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라고 물을 수 있고, 그래서 답도 있을 수 있다. 불안에는 대상이 없다. 그것은 무엇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것이어서, 증거를 들이대도 물러나지 않는다. 문제는 사람이 대상 없는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에 대상을 하나 지어 준다. 불안을 의심으로 바꾸면 적어도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가 그 바꿔치기를, 그러니까 불안이 의심의 옷을 입는 과정을 끝까지 따라가 본 영…

먼저 밝혀 두자면 나는 변명이 길다. 약속에 늦으면 버스가 어디서 막혔는지부터 말한다. 상대는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데 나는 그 말을 제일 뒤에 둔다. 그래서 늘 사과가 아니라 교통 정보를 한 셈이 된다. 아무튼 「브리짓 존스의 일기 2」를 봤다. 전편 끝에서 겨우 변호사 남자친구를 얻은 그 여자가, 사귄 지 6주 4일 7시간 만에 의심을 시작하는 영화다. 남자친구 사무실에 다리가 긴 젊은 비서가 들어온다. 그걸로 끝이다. 법조계 만찬에 가서 퀴즈에서 마돈나 문제를 틀리고, 오스트리아 스키장에 가서 구르고, 약국에서 독일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