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004)
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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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 영화을 끝까지 보고 나서 차분히 정리한 글이에요. 복선·연출·배우 얘기는 여기에, 짧은 반응과 감정 칩은 작품 페이지의 댓글 60개에 있어요.
아킬레스를 맡은 배우는 나중에 이 영화를 두고, 화면 한가운데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정확하다. 세 시간 가까이 카메라는 그를 가운데 두고 돈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가장자리를 세어 보기로 했다.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에 선 배우들이 이 배역에서 무엇을 했고, 그것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밀었는지. 주연 평가는 다른 데 많으니 넘긴다. 헥토르 · 에릭 바나 이 배우는 이 영화 전에 호주에서 실존 범죄자를 연기한 「초퍼」(2000)로 이름을 얻었고, 「블랙 호크 다운」(2001)의 특수부대원, 「헐크」(2003)의 브…

고대 전쟁 대작을 보시기 전에 종이 한 장 꺼내 수순을 적어 보신 적 있으신지. 나는 이번에 적었다. 샌들 신고 창 든 사람들이 천 척 배를 타고 몰려가는 영화라면 수순이 뻔하기 때문이다. 적어 놓고 세 시간 가까이 맞춰 봤더니, 이 영화는 차려진 밥상을 거의 다 드시고 접시 둘만 정중히 물리신 것이었다. 어느 접시인지는 아래에 적는다. 먼저 내가 적은 수순. 하나, 천 척의 배가 바다를 덮는 장면. 둘, 주인공 영웅이 첫 등장에서 한 방으로 상대를 눕히는 장면. 셋, 전쟁의 원인이 되는 금지된 사랑. 넷, 두 군대 앞에서 벌이는 …

「이 칼이 트로이 사람의 손에 있는 한, 우리 민족에게는 미래가 있다.」 영화에서 이 말은 두 번 나온다. 한 번은 아버지의 입에서, 한 번은 아들의 입에서. 두 번 다 칼을 건네는 쪽은 곧 사라질 사람이고, 받는 쪽은 그 칼로 아무도 베지 않는다. 나는 이 영화를 칼 한 자루로 읽어 보기로 했다. 아킬레스의 창도 아니고 목마도 아니고, 영화가 「트로이의 검」이라고 부르는, 두 번 건네지고 한 번도 제대로 쓰이지 않은 칼. 먼저 상황을 적어 둔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가 트로이의 둘째 왕자 파리스를 따라 배에 오른다. 아내를 잃은…

영웅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들 한다. 명예를 좇는 자와 책임을 지는 자. 이 영화를 두고 떠도는 평은 거의 그 틀로 짜여 있다. 결론부터 적는다. 나는 그 틀이 영화가 실제로 보여 준 것과 어긋난다고 본다. 통념 이 영화에 관해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평은 이것이다. 헥토르가 영화의 양심이고, 아킬레스는 영화의 삼분의 이 동안 사실상 악역이라는 것. 한 평은 헥토르를 가족과 백성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적인 가장으로, 아킬레스를 감정이 메마른 살인 기계로 읽는다. 다른 평은 두 사람의 결투를 옳음과 힘의 대결이라고 부른다. 신을 뺀 각색을…

천 척의 배. 이 영화가 내세우는 숫자는 이것이다. 기원전 1184년의 이야기로 설정돼 있고, 그리스 연합군의 배가 바다를 덮으며 트로이 앞바다로 들어오는 장면이 그 숫자를 보여 준다. 그런데 나는 배의 수보다 배가 닿는 자리가 궁금했다. 배가 서는 곳이 해변이고, 해변 뒤가 평야이고, 평야 끝이 성벽이다. 163분짜리 영화의 거의 전부가 이 세 토막 안에서 벌어진다. 왜 이 영화는 신을 뺐을까? 원작 서사시에서는 신들이 전장에 직접 내려오는데, 영화에는 신이 끼어드는 장면이 없다. 신을 빼면 운명을 대신할 것이 필요하다. 내 가설…
